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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삼성이 우승하던) 어느 시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배영수가 선발로 나와 제법 잘 던졌는데, 마무리 오승환이 아주 제대로 날려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기아와의 경기였던 것 같은데...)

오승환이 덕아웃으로 오면서 그 앞에 서 있던 배영수하고 눈을 못마주치고 고개를 푹 숙인채 들어오고 있었는데...

배영수가 오승환의 엉덩이를 때려주면서 활짝 웃는 표정으로 뭐라 이야기를 하더군요.

입모양을 보니 대충 "새꺄. 괜찮아..마.."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해 배영수는 계속 이어오던 두 자리 승수를 못 올리고 8승인가를 했고...

부상의 끄트머리에서 참 1승이 안타까운 시절이었는데요...  그럼에도...

삼성팬은 아니지만 그 광경을 보고 그때부터 배영수를 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누구와 누구를 비교한다고 말을 꺼내는 게... 타이밍도 적절치 않고 좀 거시기... 합니다만,

배영수가 보여줬던 그런 대인배적 기질을 다른 선수들에게 모두 요구하는 것도 물론 무리겠죠.

하지만 어제 (안 볼려고 하다가 결국 보고만) 기아의 11연패 현장속에서, 

또 불거진 로페즈의 의자던지기와,

11연패의 시작이 공교롭게도 윤석민의 그 소동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 땜에

다시 그걸 떠올리게 합니다. 


윤석민의 잘못이야 이미 너무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이고... 

본인도 많이 후회할 거고 (다만 다른 팀원에게 미안해 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올해 보여준 윤석민의 인성을 보건대...)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윤석민은 이제 20대 초반에 불과합니다.

인성이 잘못됐다면 가르친 스승의 잘못이겠지요. 

우리나라 프로팀의 감독,  코치와 선수의 관계는, 학교도 아니고 엄연히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그냥 직장 상하관계와 달리 '사제관계'라는 표현을 꼭 쓰고 있습니다. 

즉 가르치는 스승과 제자.

가르친다는 게 꼭 기술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닐테고, 결국 이런 팀원으로서의 정신이나 (선수로서 필요한) 개인적 인성도 포함이 될 텐데요.

예전 정 모선수처럼 밖에서 벌어진 일까지 감독더러 책임지라 할 순 없겠지만...

이건 시합 도중에, 그것도 감독이 않아있는 의자에서 5,6미터 반경내에서 바로 벌이진 일들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다른 걸 떠나서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에게 당연히 책임을 부여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책임 져야 할 부분에서 책임지는 이야기가 안 나오는 게 답답합니다. 

당장 사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는 너무 책임지는 부분에 대해 둔감한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당사자 로페즈가 벌금 얼마 내고 끝날 일은 아닐 거라는 것이죠. 

뭔가 감독 스스로든, 아님 구단이라는 타의에 의해서든...

가시적인 조치가 있지 않는한

역사적인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투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승수를 가장 먼저 언급하게 되는데...

다들 알다시피 투수가 승리투수가 되는 건 운칠기삼입니다...

별 객관성도 떨어지는 그런 기준에 연연하기 보다는

구단에서도 방어율이나 피안타율 이닝수 등에서 훨씬 높은 가점을 부여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