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펌] 용덕한, 이름 없는 영웅에게 경의를.
- 작성일
- 10-10-06 03:41
원문출처
# 1999.
90년대말 고교야구 최강팀 중 하나였던 대구상고 (現, 상원고)의 화려한 라인업.
이정호, 박기혁, 장준관, 권도영, 박주동, 강영식 등 쟁쟁한 선후배의 틈바구니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는 1루수를 맡고 있었다.
홈베이스를 1년 선배 차일목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98년 황금사자기를 제패하며 고교야구 최강 팀이 되던 날 그의 역할은, 백업포수였다.
어쨌든 화려한 멤버들 속에서 그는 살아 남았다.
이듬해인 99년, 청룡기 우승 역시 대구상고의 차지였고,
장준관, 박기혁, 강영식등 동기들이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프로에 진출할 때
그를 지명한 프로팀은 없었고, 그는 동아대학교로 진학했다.
그는, 아무도 주목 하지 않았던 백업포수 였으므로.
어쨌든, 그는 동아대에서 묵묵히 땀흘려 포수로 자리 잡으며, 살아 남았다.
# 2004.
홍성흔과 강인권, 두 명의 훌륭한 포수를 보유 하고 있던 베어스는...
아마추어 특급 포수였던 성민국의 지명을 선수 요청으로 포기하게 되고,
그 대신 동아대 졸업반 용덕한을 지명하게 된다.
신인왕 출신의 스타포수 홍성흔과 준수한 수비력을 갖춘 강인권의 벽은 너무 높았고,
당연스럽게 그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백업포수 였으므로.
하지만 2군과 1군을 오가며 묵묵히 땀흘린 그는, 결국 살아 남았다.
# 2009.
입단후 3년간 불과 122경기 출장.
2007년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은 채 조용히 상무 입대.
2008년 상무에 그가 있을 때, 포수 사관학교라 불리울 정도로 화려한 진용을 자랑해 왔던
베어스의 포수진은 채상병 거의 혼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무주공산이었다.
제대하자마자 마스크를 쓰리라 생각했으나, 2008 시즌 중 LG에서 최승환이 합류했다.
최승환은 오자마자 안방을 차지했으며,
용덕한은 채상병을 밀어 내고 다시금 자리를 찾았다.
그렇다, 그는 베어스의 백업포수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는 언제나 그래 왔듯 물러서지 않고 묵묵히 땀을 흘렸다.
후반기로 갈수록 수비에서 빛을 발한 그에겐 입단 후 처음으로 주전 자리가 예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0 시즌 시작과 함께 베어스의 안방을 차지한 선수는 그가 아니었다.
# 2010 봄.
홍성흔 이후 최고의 공격형 포수가 경찰청에서 돌아 왔다.
개막전 마스크는 그 선수의 몫이었으며, 1년이 지난 지금 신인왕 자리를 예약해 놓았다.
양의지. 2010 베어스 최고의 히트상품.
그의 등장과 함께 용덕한은 다시금 익숙한 자리로 돌아 가게 되었다.
백.업.포.수...
포기할 법도 하건만, 그는 묵묵히 1-2군을 오가며 땀을 흘렸고, 결국 또 살아 남았다.
# 2010. 10. 03.
개천절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4차전의 히어로는
김동주도, 김현수도, 최준석도, 양의지도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던 만년 백업포수였다.
"의지가 아파서 나왔는데...시헌이형 2루에 있고...
어차피 아무도 나한테 기대하지도 않고...
뭐 운좋게 안타 쳤는데 기쁘고 이런거 없었고.. 다음회 수비 생각하느라고.."
그의 야구 인생을 압축해 놓은 듯한 인터뷰에,
웃음 보다 깊은 애환을 느꼈다면 오버일까.
그렇다,
그는 적시타를 치고도 화려한 세레모니보다 다음회 수비를 생각해야 하는 백업포수 였으므로.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 2010. 10. 05
그 백업포수는 이틀 뒤 베어스를 탈락 위기에서 구해낸 최고 수훈선수가 된다.
김경문-조범현, 현재 감독을 맡고 있는 원년 수비형 포수들의 뒤를 이어
오늘의 양의지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던 이른바 포수 사관학교,
베어스 포수들의 불타는 연대기,
그 중에서도 잠실벌을 환하게 수놓던 스타 포수들...
조경택, 이도형, 최기문, 진갑용, 홍성흔이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동안
그는 묵묵히 블로킹을 했고, 송구를 했고, 2군을 드나 들며, 결국 살아 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1년중 가장 화려한 무대인 가을 축제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누구에게도 주목 받지 않는, 루틴한 일상을 살아 가는 소시민인 나에게
그가 오늘 이렇게 속삭이는 듯 하다.
"묵묵히 땀흘리며 최선을 다해서 살아 봐요.
오늘 처럼 좋은 날도 올테니까요."
이 기쁜 밤, 이름 없는 영웅에게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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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상금액이 너무나도 적어 보이네요.
우리 용덕한 선수....
사랑합니다.
의 화…', 'http://mlbpark.donga.com/data/fileUpload/201010/128628845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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