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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이 시기 만큼은 정말이지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각 구단의 희망적인 소식들이 스포츠 신문의 야구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 해 실망스런 활약을 펼친 기존 선수들은 '완벽 부활'을 선언하며 시즌 개막을 벼르고 있고,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들도 겨울 훈련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고 한다. 물론, 작년에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건재를 과시하겠다'며 큰 소리친다.

'올해는 아무래도 좀 부진할 거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8개 구단 모두가 우승 후보이고, KBO에 등록된 선수 전원이 시즌 MVP 후보다.  

이에 <히트앤드런>에서는 8개 구단의 바람을 담아 '희망 가상뉴스'를 전한다. 8개 구단이 '공동 우승'을 할 수는 없으니 팀 성적은 언급하지 않겠다.

자, 미래 여행을 해보자. 지금부터 이 글의 시점은 "2009 시즌이 끝난 직후"로 돌아 간다.



[SK 와이번스] '와일드 씽'의 광속구가 돌아 오다!

4년을 기다렸다. 월드컵 얘기가 아니다. ‘와일드 씽’ 엄정욱의 재활 기간이었다. 2004년에 7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한 후 마운드에서 종적을 감추다 시피 했던 엄정욱이 2009 시즌에 다시 돌아왔다.

시속 150km를 가볍게 넘기는 ‘광속구’는 여전했고, 이번엔 날카로운 제구력까지 장착하고 나왔다. 왼손 투수나 잠수함 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른손 정통파 투수가 부족했던 와이번스에게 엄정욱의 가세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불안한 투구로 4년의 공백을 실감케 했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엄정욱의 구위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시속 156km 기록을 두 차례나 경신하며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고 SK에 잔류한 '캐넌' 김재현은 "SK에 남길 정말 잘했다"며 "다른 팀으로 갔으면 정욱이를 상대해야 할 뻔 했다"고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SK의 경기는 엄정욱의 광속구를 보기 위한 관중들로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인산인해를 이뤘고, 와이번스는 인천을 넘어 롯데 자이언츠에 버금가는 전국구 인기 구단으로 발돋음했다.

엄정욱이라는 '전국구 스타'의 부활이 SK 구단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스포테인먼트’의 화룡점정을 찍은 셈이다.

(위의 내용은 다소 과장해서 썼지만, 구속은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올 시즌 만큼은 엄정욱 선수가 건강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서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두산 베어스] '두목 곰', "Bears Forever"!

김동주가 ‘두산 잔류’를 선언했다. 일본 진출, 혹은 미국 진출을 위해 구단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김동주가 두산과 재계약을 하고 ‘백의종군’했다.

작년에 계약했을 때 넣었던 ‘시즌 후 해외 진출 보장’이라는 조항도 삭제했다. 김동주는 계약 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두산에 뼈를 묻겠다. 선수로서의 내 목표는 오로지 두산의 우승 뿐”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김경문 감독도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혜천, 홍성흔이 이탈한 상황에서 김동주마저 팀을 떠난다면, 두산의 올 시즌은 암울할 수 밖에 없었다.

김동주는 올해도 변함없이 두산의 4번타자 자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2003년 이후 6년 만에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트렸고, 3년 연속 3할 타율도 이어 갔다.

김동주의 호위 속에 2008년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던 김현수는 한 걸음 더 성장했고, 외국인 타자 맷 왓슨도 지난 해 카림 가르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수 많은 타점을 쓸어 담을 수 있었다.

역시 두산 베어스는 김동주가 있어야 완성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시즌이었다. 김동주가 없는 두산은 ‘소희 없는 원더걸스’요, ‘태연 없는 소녀시대’며, ‘유재석 없는 무한도전’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자체 생산 마무리' 최대성, 30세이브를 던지다!

지난 해 7년 만에 ‘가을 잔치’에 참가했던 롯데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지긋지긋한 ‘마무리 잔혹사’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무려 세 명의 선수가 돌아가면서 뒷문을 맡았지만, 아무도 두 자리수 세이브를 기록하지 못했다(최향남 9세이브, 코르테스 8세이브, 임경완 7세이브).

롯데는 프로야구 출범 후 ‘30세이브 마무리’를 보유한 시즌이 단 한 번 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동희 투수가 1994년에 올린 31세이브가 유일한 기록이다. 

그리고 정확히 15년이 지난 올해, 드디어 ‘30세이브 마무리’가 재탄생했다. 주인공은 최대성이다. 소의 해를 맞이한 ‘소띠’ 최대성은 지난 5년간 자신을 감싸고 있던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거인 군단의 뒷문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특히 ‘돌부처’ 오승환과의 마무리 대결은 과거 최동원과 김시진의 선발 대결 못지 않게 큰 화제를 모았다.

최대성의 나이는 이제 겨우 만 24세에 불과하다. 언제나 허약한 뒷문에 허덕이던 롯데는 최대성으로 인해 모두가 부러워 할만한 ‘싱싱한 클로저’를 보유한 팀으로 거듭났다.



[삼성 라이온즈] '사자굴'의 에이스, 2004년으로 시간 여행!

2008년의 배영수는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배영수가 아니었다.

시속 140km에도 미치지 못하는 밋밋한 공을 던지며 도망가는 피칭을 하는 투수와 제1회 WBC에서 이치로 스즈키의 엉덩이를 맞추고 회심의 미소를 짓던 배짱 좋은 투수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인정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그러나 배영수는 그렇게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지 않았다. 2009년, 사자굴의 에이스는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 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즌 MVP를 차지했던 2004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묵직한 패스트볼이 살아나면서, 배영수 특유의 배짱도 덩달아 살아났다. 선발 투수에게 긴 이닝을 맡기지 않기로 유명한 선동열 감독조차도 배영수에게 만큼은 ‘무한 신뢰’를 보냈다.

결국 배영수는 올 시즌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다섯 번의 완투 경기와 함께 경기당 평균 7이닝을 던지며 완벽하게 부활을 선언했다.

지난 해 팔이 빠져라 공을 던지면서 삼성 마운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정노예' 정현욱은 “영수가 등판하는 날에는 내가 나올 일이 없다”며 “영수 때문에 내 연봉 고과가 떨어지게 생겼다”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범호, 시즌 중 한화 잔류 선언!


한화의 ‘쌍포’ 김태균과 이범호는 2009년에도 변함없는 위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이 커질수록 한화는 남모를 고민에 빠진다.

2009 시즌이 끝나고 두 선수가 나란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한화로서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뇌관’ 김태균과 이범호를 절대 놓칠 수 없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몸값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국내 최고의 거포 김태균은 심정수의 몸값(4년 60억원)을 깰 수 있는 선수로 꼽히고 있고, 안정된 3루 수비와 무시무시한 장타력, 게다가 수많은 여성팬들을 몰고 다니는 조각같은 외모의 ‘꽃미남’ 이범호 역시 그 상품 가치가 대단했다.

삼성, LG 등 ‘큰 손’들은 벌써부터 김태균과 이범호를 잡기 위해 실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시즌이 끝난 후 김태균과 이범호의 이적은 기정 사실이 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들은 올스타전을 앞둔 미디어 데이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폭탄 선언’을 한다. 바로 ‘한화 잔류 선언’이었다. FA를 앞둔 선수가 시즌 전에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 선수는 “돈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글스를 사랑한다. 한화팬들을 떠난다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본 적 없다”라며 입을 모았다.

이에 팬들은 대전구장에 ‘고마워요, 김태균-이범호’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며 두 영웅에게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일본 프로야구 세이브 라이온즈의 G.G. 사토는 "이제 나에게는 더이상 고맙지 않은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날 이후 김태균에게는 ‘김의리’, ‘김잔류’, ‘김무소유’라는 새로운 별명이 추가됐고, 이범호는 '완벽한 외모에 의리까지 있다'는 이유로 소수의 안티팬이 생기기도 했다.



[KIA 타이거즈] 최희섭, '빅리거 본색'을 뽐내다!

“형, 저 ‘메이저리거’에요” 이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증명하는데 3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최희섭이 드디어 ‘빅리거 본색’을 과시했다. 지난 해 타율 .229 6홈런 22타점으로 부진했던 최희섭은 올해 3할 타율과 40개의 홈런, 세 자리 수 타점을 폭발시켰다. 마치 데이빗 오티즈의 성적을 보는 듯 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변화구 대처 능력과 지나치게 큰 스윙을 보완한 결과다. 무등 야구장의 장외를 넘기지 않아도 홈런으로 인정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다.

최희섭이 각성하게 된 비결은 역시 ‘땀’이었다. 국내 무대 컴백 후 ‘한국식 훈련’에 적응하지 못해 각종 잔부상과 더불어 원인 모를 두통까지 시달렸던 최희섭은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고 겨우내 훈련 일정을 착실하게 수행한 결과, 무시무시한 타자로 거듭났다.

최희섭은 ‘스나이퍼’ 장성호, ‘신형 거포’ 나지완과 함께 중심 타선을 형성하며 상대 투수들을 벌벌 떨게 했고, 최희섭의 놀라운 타점 능력 덕분에 ‘테이블 세터’ 이용규와 이종범은 득점 부문 타이틀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KIA야 말로 올 시즌 희망하는 부분이 가장 많은 거 같네요. 최희섭, 서재응의 활약, 이종범의 부활, 김진우의 다이어트, 홍세완의 퇴원-_-;;)



[히어로즈] '마이크로 하드웨어', 히어로즈의 새로운 메인 스폰서!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 하드웨어'사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보도 자료를 돌렸다. 히어로즈의 새로운 메인 스폰서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마이크로 하드웨어사의 대주주와 외국인 선수 클리프 브룸바가 배다른 형제라는 소문이다.

‘에이스’ 장원삼의 현금 트레이드를 시도했을 정도로 엄청난 자금 압박에 시달렸던 히어로즈는 물론이고, 프로야구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던 야구계에서도 가장 반가운 희소식이었다.   

'마이크로 하드웨어'사는 히어로즈에게 5년 간 매년 500억원의 지원금을 후원하기로 계약했다. 계약 기간 중 원화의 가치가 올라간다 해도 이 계약은 유효한다는 조항까지 있다.

뿐만 아니라 히어로즈는 MH사로부터 허름한 목동 야구장을 개보수하고, 턱돌이에게도 다양한 유니폼과 소품들을 지원해 준다는 옵션 계약까지 따냈다. 대신 히어로즈는 전 직원 컴퓨터에 '창문 경치' 정품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하루 아침에 '큰 손'으로 떠오른 히어로즈는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했다.

출처가 분분명한 소식통에 따르면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는 마무리 투수를 보강하기 위해 삼성 구단에 전화를 걸어 “오승환을 현금 트레이드하고 싶다”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LG 트윈스] 악몽 같았던 'FA 잔혹사' 마감!


LG의 'FA 악몽‘은 끝났다. 올 시즌부터 새롭게 ‘LG 가족’이 된 1980년생 동갑내기 이진영과 정성훈은 첫 해부터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과감한 투자의 결실을 맺었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은 3할대의 고감도 타율 뿐만 아니라 빨래줄 같은 송구를 과시하며 ‘소녀 어깨’가 즐비한 LG 외야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다재다능한 내야수 정성훈은 송구홍, 한대화 이후 가장 듬직한 3루수가 됐다.

FA 계약 후 부진에 빠졌던 ‘앉아 쏴’ 조인성도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고, ‘에이스’ 박명환 역시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제2회 WBC 대표팀 연속 탈락의 수모를 딛고 올 시즌 다시 리그 최고의 포수로 거듭난 조인성은 “두 신입 FA의 활약을 보니 더욱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FA 영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언급했다.

트윈스의 상승세에 크게 고무된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엔 FA를 5명 정도 영입하고 싶다”라고 큰 소리를 쳤다가, 현 규정으로는 최대 2명까지 밖에 영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어쨌거나, 신입 FA 덕분에 LG가 다시 ‘신바람’이 난 것만은 분명하다.


사진 출처 : 8개 구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