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한화가 무너지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한화는 27일 현재 승률(0.263)은 물론 팀 방어율(5.78), 팀 타율(0.218) 등 모든 기록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26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에이스 류현진을 내세우고도 타선 침묵으로 영봉패 당하더니 27일에도 단 한 점도 점수를 올리지 못하며 맥없이 쓰러졌다. 시즌 4연패에 19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다. 역대 최악의 성적을 모두 갈아 엎을 분위기다. 조용하기로 유명한 한화팬들조차 인터넷 상에서 구단 수뇌부 전면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 예견된 사태였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한화의 극심한 부진은 지난 시즌부터 시작됐다. 일단 모기업의 투자 부족이 위기의 싹을 키웠다. 현재 한화는 유일하게 8개 구단 중 2군 훈련장을 갖고 있지 않다. 1군 선수들이 원정길을 떠나야 대전구장에서 훈련할 수 있다. 구단 내부에서 선수를 키우기엔 그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그렇다고 선수 영입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범호와의 협상에 실패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KIA가 달려들어 순식간에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한화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다. 한화 구단이 모기업의 부실한 지원 때문에 이범호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한화는 자유계약선수가 시장에 나와도 멀뚱히 쳐다봤다. 한화구단의 한 관계자는 "모기업이 선두단 운영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원이 미미하다. 최근 몇년 간 이어진 그룹차원의 우환도 구단 운영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오판도 현재의 심각한 부진을 불러왔다. 우선 리빌딩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베테랑 선수들은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고참 선수들의 경험과 위기관리능력이 젊은 선수들에게 전달된다. 한화는 고참급 선수들을 최근 2년 사이에 줄줄이 은퇴시켰다. 김태완 송광민 등 주력선수들이 한꺼번에 군에 입대하기도 했다. 군에서 제대해 팀에 복귀한 고동진 한상훈 백승룡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군에서 아무리 훈련에 매진한다고 한들 정규시즌을 뛴 선수들만 할 리가 없다.

한화는 2009시즌 종료 후 한대화 감독을 영입하면서 기존의 젊은 유망주들을 키워 리빌딩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외부에서 값비싼 선수를 데려올 필요가 없다는 얘기까지 했다. 팀전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한 말이다.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 보강의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내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선수 보강이 지지부진한 이유다.

'선수가 없고 모기업 투자가 적다'는 이유도 이젠 핑계거리다. 모기업 투자가 부실한 넥센도 현재 6위를 달리고 있다. 우선 프런트의 책임이 크지만 코칭스태프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화가 향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시즌 종료 후 폭풍우가 몰아칠 수도 있다.

김경윤기자 bicy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