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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피드백 인터뷰인 '5대 1 핑퐁인터뷰'의 주인공으로 KIA 윤석민(25)이 선정됐다. 개막 전 20승을 선언했던 윤석민은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시즌 네 번째 선발이던 4월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거두면서 부활을 알리더니 5월 4일 목동 넥센전부터 윤석민표 '투 피치'(직구-슬라이더 등 두 가지 구종을 중심으로 던지는 피칭)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현역 최고의 우완투수로 꼽히는 터라 다른 팀 동료들도 윤석민의 부진과 부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롯데 김무관 타격코치와 국가대표 절친인 이대호 정근우(SK) 류현진(한화). 동명이인으로 화제를 모은 두산 윤석민이 질문자로 참여했다. 피드백 인터뷰 답게. 윤석민과 5명의 패널들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풀었다.

◇"(류)현진이나 나나 슬럼프 탈출 비결은 없어요"

●SK 정근우=지난 시즌 힘겨운 시기를 잘 이겨냈다. 극복한 계기가 있었나?

●윤석민=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시간이 지나니까 자연스럽게 극복된 것 같은데…. 해도 바뀌었고. 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게 엄청 위안이 됐어요. 그 때도 부진했다면 슬럼프가 길어질 수도 있었는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덕분에 기분도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팀 성적이 나쁘면 내가 잘 던져도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런 거 보면 (류)현진이도 되게 힘들 것 같은데. 현진아. 팀 성적이 안나면 몸과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아?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는지 궁금해.

●한화 류현진=초반엔 좀 안좋았지만. 요즘은 선수들 사이에서 투지가 넘치고 집중력도 강해졌어. 나도 마찬가지로 경기에 집중하려고 해. 특별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비법은 따로 없어. 경기에. 공 하나하나에 신중하고 집중해서 던지는 거지. 형은 투수왕국 KIA에 있잖아. 전설인 선동열 전 감독님의 현역시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윤석민=솔직히 (경기도 사람이라) 두산 팬이었는데도 박철순 선배님이 공 던지는 모습을 실제로 한 번도 못봤다. 선 감독님도 당연히(?) 못 봤어. 소문만 들었지. 이대진 정민태 선배들 던지는 거 보면서 와 대단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자료화면으로 선 감독님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찌됐든 선 감독님은 타이거즈의 영웅이잖아. 그 뒤를 밟고 싶은 욕심은 있어. 어렵겠지만.(웃음)

(사실 류현진은 선 전 감독의 39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하지만 인터뷰 다음날인 지난 달 28일 광주 롯데전에서 1회 선두타자 전주우에게 홈런을 내주면서 기록행진이 마감됐다. 당시 윤석민은 "이닝도 너무 많이 남아 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록은 의식하지 않고 매 이닝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기분으로 던질 뿐이다"라고 답했다.)

◇"금메달 꼭 따려고 군 보급품 펜티 입고 던졌어요"

●정근우=맞다! 그러고 보니 너 아시안게임에서 브레이브맨 팬티(군 보급품)를 입고 있더라. 왜 그런 거야?

●윤석민=(웃음) 소집 하루 전날인가? 짐 싸다가 군사훈련 받을 때 입은 팬티가 눈에 띄었어요. 단순히 눈앞에 있기에 가방에 집어 넣었는데요. 광저우 가서 계속 입고 다닌 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따서 병역혜택을 받았을 때의 기분도 떠올리고. 금메달 따고 면제혜택 받아야 하는 선수들에게 '면제 받아도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고. 입소하면 이런 팬티도 받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하하. 역시 내가 받은 혜택을 다른 선수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군용팬티를 입은 거죠.

●롯데 이대호=대표팀에서 만나면 내가 황기순이라고 부르잖아. 내가 지어준 걸로 기억하는데. 별명 부르면 기분 나쁘지 않나?

●윤석민=전혀. 여섯살 때부터 듣던 말인데 뭐. 별명이 너무 많아. 전부 웃긴 것들이라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긴 하지만. 황기순도 내가 형한테 얘기해줘서 알았을 거야.(웃음) 대호형 2세 소식이 있던데. 근우형은 애가 벌써 두 명이잖아. 아빠 닮았으면 발도 빠르고 운동신경도 좋을 것 같은데. 애들이 원하면 운동시킬 의향이 있어?

●정근우=내 교육관은 자식이 하고 싶은 일을 시키는 거야. 애들이 야구나 다른 스포츠를 하고 싶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야. 하기 싫다는 것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어.

◇"불펜투수라고 생각하고 전력투구해서 살아났죠"

●롯데 김무관 코치=좋은 직구를 갖고 있는데 지난 해에는 직구보다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올 해는 직구를 많이 던지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 직구 구사 비율을 높이게 된 계기가 있나?

(윤석민은 150㎞를 웃도는 강속구와 140㎞대 초중반에 형성되는 고속 슬라이더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투수다. 올 시즌 초에는 커브와 체인지업. 포크볼. 변형 포크볼 등을 구사하며 변신을 시도했다. 개막전부터 3경기에서 18.1이닝 동안 14점을 내줘 1패 방어율 7.46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뒤 투구패턴을 직구 - 슬라이더 위주의 '투피치'로 회귀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윤석민=시즌을 치르면서 몸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풀타임을 소화하다 보니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래서 타자들을 맞혀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변화구 위주로 던졌습니다. (자꾸 맞다보니까) 생각이 잘못됐다 싶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라온 불펜투수라는 심정으로 전력투구 하다 보니 변화구 위주의 패턴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롯데 타자들 잡을 수 있는 비결 좀 알려주세요"

●윤석민=그런데 코치님. 롯데 타자들은 엄청 공격적인 성향입니다. 최근에 그렇게 바뀐 게 아닌가 싶은데요. 코치님께서 어떤 주문을 했기에 타자들이 이렇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걸 알면 저도 롯데 타자들 공략하기가 좀 수월할 것 같습니다.(웃음)

●김 코치=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라고 했지. 타자들이 타석에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면 주눅들 수밖에 없다. 결과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치라고 주문하는 편이야. 석민이 너처첨 좋은 투수를 만나면 더 공격적으로 타석에 임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윤석민=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결과를 생각하다 보니 자꾸 도망다니게 되고. 그래서 더 안 좋은 결과가 생기고. 공격적으로 후회없이 던지고 결과에 순응하자는 생각으로 바꾼 뒤부터 마운드 위에 서는 게 조금 편해졌어요. 앞으로 롯데 타자들을 잡으려면 더 공격적으로 던져야겠네요.(웃음) 그나저나 (이)대호 형을 보면 올해도 타격 페이스가 좋고 잘 치고 있는데 그 비결이 뭔지. 슬럼프가 있긴 있었어?

●이대호=(웃음)비결이라기보다 야구장에서 자신감있게 하려고 한다. 슬럼프는 있지만 표시 안 나게. 안 좋을 때 안타라도 치고 출루하려고 한다. 투수한테 지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지. 특히 너나 현진이 등 에이스급 투수들한테 지면 개인이나 팀 분위기 모두 안 좋아지거든. 그래서 자신있게 휘두르는 편이야. 나도 사람이니까 슬럼프가 있긴 한데. 그 기간을 짧게 하려고 애쓴다. 경기 전에 좋을 때 비디오 보면서 기분전환 하거든. 그 기분을 경기 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야.

◇"두산 윤석민과는 초·중·고 함께 다녔어요"

●두산 윤석민=(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선배들 말로는 내가 예전에 너를 그렇게 괴롭혔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더라. 난 기억이 안 나는데.(웃음) 내가 어렸을 때 널 어떻게 괴롭혔니?

(동명이인으로 유명세를 치른 두산 윤석민과 KIA 윤석민은 구리초등학교 인창중 인창고 1년 선·후배 사이다. 고교 때 KIA 윤석민이 야탑고로 전학가면서 헤어졌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한 동네에서 절친하게 지냈다.)

●윤석민=형은 동네야구할 때 제일 많이 괴롭혔어. 방망이도 빼앗아 가서 자기가 치겠다고 하고. 그랬지.(웃음)

●두산 윤석민=그랬나? 그나저나 너는 사인할 때 어때? 나는 내 이름이 너무 어렵고 예쁜 사인을 만들기도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너는 괜찮냐?

●윤석민=(어릴 때 당한 괴롭힘을 복수하겠다는 듯) 형이 아직 사인을 많이 안 해서 그래.(웃음) 처음에는 나도 어려웠어. 특히 윤자를 쓰기 어렵더라고. 근데 자꾸 하나 보니 이제는 괜찮아.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고 이름도 똑같기 때문에 형도 야구 잘 해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힘 내!

정리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