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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발 없는 말]롯데, ‘몽니 부리기’는 이제 그만

OSEN | 입력 2011.06.24 12:04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일 2011년 제 5차 이사회를 열어 신생 제9구단인 엔씨소프트 다이노스에 대한 선수수급 방안을 확정했다. 엔씨소프트 구단이 추가로 요구한 사항이 있긴 하지만 일단 1차 지원방안을 정리한 것이다.

이사회 과정에서 롯데 자이언츠 장병수 사장은 지원방안에 대해 또 반대를 표명했다. KBO가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지원방안을 놓고 결국 표결절차를 거쳐 8:1로 승인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구단은 그동안 연고지로 삼았던 경남의 일각을 신생구단에 내준데 대해 초지일관 강경한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KBO 정관상 도시연고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롯데의 이 같은 '딴죽걸기'는 상대적 박탈감의 표현이라는 지적이 무리는 아니다.

롯데 구단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6개 구단 중 하나로 이를테면 KBO 창설멤버인데, 야구열기가 드높은 부산을 중심으로 혜택을 누려왔다. 구단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부산 시민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배경 삼아 안주해왔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마당에 통합 창원시에 제9구단이 들어서게 되자 롯데 구단이 이성적인 대응 대신 감정적인 '몽니 부리기'로 일관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으려니와 '형님' 구단으로서의 체통도 손상되는 일이다.

롯데 구단이 '몽니 부리기'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옹졸한 처사의 비근한 사례를 들어보자.

롯데 구단은 지난 4월17일 2011년 제 4차 이사회 석상에서 '가입금을 다 내지 않은 엔시소프트 측이 이사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며 시비를 걸어 엔씨소프트 사장의 회의 참석 저지를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KBO는 고문변호사의 자문을 얻어 '총회의 가입 승인이 났으므로 엔씨소프트 구단의 이사회 참석은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롯데 구단의 저지를 가로막았다.

KBO는 3월22일 '엔씨소프트의 제9구단 창단 가입 안건에 대해 서면을 통하여 총회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7개 구단 찬성, 1개 구단 반대로, 정관 제18조(총회의 의결방법) ①항에 의거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제9구단 가입을 최종 승인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롯데 구단의 졸렬한 처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얼마 전 엔씨소프트 이상구 단장 일행이 연습구장 마련을 위한 견학차 상동구장을 방문했으나 롯데 구단 고위층의 지시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상구 단장은 롯데 구단에서도 단장을 역임하는 등 롯데 그룹에서 31년간 청춘을 다 바쳤던 인물이다. 비록 롯데 구단에서 물러났으나 신생구단의 단장으로 새롭게 일을 하고 있는 옛 식구에 대한 롯데 구단의 홀대는 '친정의 심술'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구장 견학이 뭐 대단한 기밀을 캐는 행위도 아닐진데, 새 구단의 관계자들에게 참고로 보여주기 위해 찾아갔던 이상구 단장의 심사야 오죽했을까. 그 정도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롯데 구단의 처사가 민망스럽고 딱하기만 하다.

반면 삼성 구단은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이 경산구장을 방문했을 때 깍듯하게 예우를 갖춰 롯데 구단과는 아주 대조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롯데 구단은 한국 굴지의 재벌을 모기업으로 둔 큰 구단이다. 심정적으로야 자신의 앞마당에 자리를 잡으려는 엔씨소프트 구단이 못내 못마땅하고 불편할 수 있겠지만, 한국 프로야구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운 신생구단의 창단에 대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롯데 구단이 신생구단 자체에 대해 처음부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 또한 자신의 터전 일부를 잃게 된데 대한 반감의 작용이라는 것이 많은 야구인들의 시각이다.

롯데 구단은 언제까지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고 놀부 같은 심술을 계속부릴 것인가. 신생 구단이 '동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업자'로서 협업을 해야 할 의무가 롯데 구단에 있다. 맏형 같은 구단의 대범한 자세가 못내 아쉽다. 만약 엔씨소프트 구단이 가입금 미납 등 하자를 드러낸다면, 그 때 가서 법적으로 제대로 따지면 된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