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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뻘쭘하지만.. 야구도 없는 날이고 해서 그 전부터 생각하던 걸 적어봅니다.


무사 1루에서의 번트는 과연 효과적인 작전일까요?

예전 한창 고교야구 전성기 시절에 보면.. 무사 1루는 무조건 번트였습니다.

번트 안 대는 감독은 거의 변태 취급을 받을 정도였죠,

그렇기 때문에 번트를 대면 '정석'대로 간다고 표현했습니다.    

이걸 '정석'이라고 부르는 것도 아마 일본 야구의 영향으로 추측되는 데요.

요즘은 추세가 바뀌어서...

그다지 '정석'으로 여기는 것 같지는 않고 

찬반 양론이 있지만...

그래도 경기 후반... 1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하면...

반드시 필요한 작전처럼 여겨지는 게 보통입니다.


그럼 1점을 얻기 위한 작전으로서 번트는 정말 효과적인 작전일까요?


무사 1루에서 물론 번트를 대는 이유는 

1. 이른바 스코어링 포지션이라는 데에 주자를 두고 안타 한방으로 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2. 병살타의 위험부담을 없앨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야구 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에 하나는...

내가 여러가지 선택지 즉 옵션을 갖고 있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상대방에서 예측하기 어려울 경우가 될 겁니다. 

배구에서 백어택을 할 건지... 아니면 A속공을 할 건지... 

권투에서 내가 훅을 넣을 건지... 스트레이트를 넣을 건지...

상대방에서 예측이 어려울 수록 공격의 효과는 배가 될 겁니다.


근데...

무사 1루에서 번트를 대면 일단 이런 메리트가 완전히 상실됩니다. 

무사 1루 상태에서야 공격측에서 여러가지 수단을 생각할 수 있고, 그에 대비하는 수비 측은 예측하기 어려운 입장이 되지만...

1사 2루로 만들어 놓으면 다음 타자에게 한 방을 기대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없겠지요

반면 수비 측은 오히려 1루가 비워 있다는 점을 이용할 수 있어, 선택지가 늘어납니다.  


그외에도 공격 측에서 번트를 대면 수비 측에서 편해 지는 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1. 우선 수비 측에게 원 아웃을 헌납한다.

2. 아웃 하나를 얻게 되는 과정에서 투구 수를 줄일 수 있다.

3. 1루 보다는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주자견제의 부담이 훨씬 줄어드는 반면, 주자로서는 타구 판단, 주자를 견제하러 들어오는 유격수와 2루수에 대한 움직임 관찰이 필요해져 더 피곤한 위치가 된다.

4. 1루에 주자가 있으면 1루수가 베이스에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1, 2루 공간이 넓어져 안타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만 2루에 보내버리면 그 메리트가 사라진다.   


게다가 한 방으로 득점을 할 수 있다.. 는 이점도 보장된 게 아닙니다.  1사 2루에서는 안타가 나온다 해도 득점 가능성이 오히려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지요., 


물론 작전이라는 건 같은 작전이라도 상황에 따라 그 효과나 의미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무사 1루 상황에서 현재 타자가 타격이 시원찮고 그 다음 타자가 이범호, 이대호 같은 타자가 연속으로 나온다면 번트가 효과적인 작전이 되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가정한다면 전 1점을 얻기 위한 야구로서도 번트는 그다지 유효한 수단이라고 보지 않는 편입니다. 



그럼 더 나아가 무사 2루 상황에서 번트를 대는 건 효과적일까요? (마찬가지로 1점을 얻기 위한 작전으로서)

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입니다.

무엇보다도 1사 3루가 되면 공격측에 여러가지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측면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리 무사라 해도...

1점이 승부를 좌우하는 상황이 된다면 수비 측에서 1루가 비워 있다는 점을 이용할 수 있고, 무사 2루에서 강공을 하겠다고 하면 수비 쪽에서는 방어 방법이 단순해 집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보통 1사 3루에서 나오는 타자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됩니다. 축구에서 페널티 킥을 차는 키커나 마찬가지입니다. 득점에 실패할 경우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게 되죠.

그렇지만 그런 점을 감수하더라도 저는 번트로 1사 3루를 만드는 건 긍정적으로 봅니다. 

이렇게 해 놓고 보면 당연히 이야기 아냐...? 라는 반문을 하실 수 있겠지만...

무사 2루에서 1점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현재 타자가 뒷 타자보다는 안타 칠 가능성이 높은 타자라면...
 
감독으로선 갈등에 빠지겠지요...

그래도 저는 이 경우에도 번트를 대는 게 낫다고 보는 겁니다.


쓰고 보니 길어지기만 하고 별 얘기가 아닌 듯 합니다만...

요즘 공격력이 약화됐다고 해서...

무조건 번트부터 대는 모 감독을 보고..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