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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프로야구 감독과 구단 프런트 간의 문제는 다 똑같구나……. 김성근 감독의 경질 소식을 들었을 때 일본에서도 최근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2년 전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표면화됐던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노무라 가쓰야 감독(당시)과 구단과의 갈등 문제이다. 당시 계약 마지막 해였던 노무라 감독은 시즌 전반에 구단 프런트와 비공식적인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 “(한국 플레이오프에 해당하는) 클라이맥스 시리즈(이하, CS라 함)에 진출한다면 감독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언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름이 되고 가을이 가까워지면서 순위가 상위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구단 측에서는 계약 연장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각종 스포츠 신문은 ‘○○○씨, 라쿠텐 신임 감독 유력!'이라는 기사로 보도 경쟁을 펼쳤다. 노무라 감독은 불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구단 측은 그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물론 계약 연장에 대해서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라쿠텐은 리그 2위를 차지하며 CS에도 진출하였으나 감독의 퇴임이 확실시되면서 팀은 막판에 맥없이 무너졌다.

김성근 감독과 모든 면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노무라 감독은 마지막까지 ‘사퇴 선언’을 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는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들어 ‘훌륭한 실적을 남겼는데도 쫓겨나는 감독’이라는 이미지 만들기에 성공했다. 그 때문에 구단은 상황 수습용으로 ‘명예감독’이라는 것을 서둘러 만들었고 하는 일 없는 명목상 임원으로 연간 수천만 엔의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 올해도 계속 지급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라 감독과 구단 간의 대립과 갈등은 이번 사태와 매우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실적을 가진 감독이 시즌 중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단 측은 내년에도 이 감독에게 팀을 맡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감독은 심기가 불편해지고 구단은 말문을 닫는다. 그리고 협상은 결렬되고 만다.

훗날 밝혀진 사실이지만 라쿠텐 구단은 이미 시즌 중간부터 팀이 몇 위가 되든 노무라 감독을 연임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연임시킬 생각이었다면 여름 때까지는 물밑 협상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럼 라쿠텐 구단은 왜 노무라 감독을 내보내고 싶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구단이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라 감독은 매스컴에 ‘기삿거리’를 제공해 주는 기자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감독이었다. 그러나 자칫하면 기삿거리의 범위를 뛰어넘어 ‘기밀사항’에 해당하는 정보까지 경기 전 벤치에서 발설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말하자면 ‘능력은 인정하지만 성가시고 감당이 안 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김성근 감독도 비슷하게 인식되었던 게 아닐까? 매스컴을 대하는 방식은 둘째 치더라도 캠프 일정이나 숙소를 비롯하여 말 그대로 ‘전권을 가진 감독’을 줄곧 추구해 왔다.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하물며 김성근 감독은 타협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단 측에서 보면 솔직히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는 차치하더라도 구단 프런트로서 주도권을 쥐고 싶고 더 정확하게는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지 않았을까? 만약 라쿠텐을 비롯해 최근 감독과 갈등을 빚은 일본 구단을 생각해 본다면 그러한 상상이나 가설이 쉽게 성립된다.

필자는 어느 쪽 입장에도 설 수 없다. 저마다의 입장이 있겠지만, 반면 잘못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 느끼는 것은 구단의 비전이라는 것이 의외로 애매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팀마다 그럴싸하고 멋진 문구가 갖추어져 있지만, 팀 운영이라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놀랄 정도로 허점투성이이고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갈팡질팡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감독이 들어오고 몇 년이 지나면 구단과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2년 전 라쿠텐처럼 하위로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감독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소동이 일어날 리가 없다.

차라리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구단 간부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우리 구단은 명장을 불러와도 전권은 부여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감독이라는 범위 내에서 능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이것 때문에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데려와서도 안 되고 가서도 안 된다. 그랬다면 노무라 감독이 라쿠텐을 이끄는 일도 김성근 감독이 SK를 이끄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구단과의 협상 결렬이라는 팬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인 만큼 구단 간부와 감독 간에 크고 작은 갈등이나 충돌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나 한국은 그것이 너무나 자주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일본은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