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WBC 이후 몇 가지 걱정.
- 작성일
- 09-03-26 16:03
첫째 걱정.
우리 리그가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KBO 를 실제로 즐겨보는 야구팬들이 아닌 일반분들에게는
눈높이만 높인 게 아닌가 걱정입니다.
우리 리그가 뎁쓰만 얕을 뿐 최상위권 수준에서는 NPB, 심지어는 MLB와도 겨뤄볼만 하다 라는 기사가 많이 쏟아졌고..
몇년 전만 해도 우스갯소리로 들렸을 이런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증명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일본 대표팀과 붙으면 '밑져야 본전, 이기면 장땡' 이었다면
앞으로 일본 대표팀과 붙는다면 '당연히 이겨야 한다' 로 바뀌어 버렸네요.
근데 아무리 봐도.. 한국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과 5:5, 적어도 4:6의 승부를 겨루려면 최정예 멤버가 모두 차출이 되고
우수한 코칭스태프가 받쳐주고 거기에 저 멤버들이 다 컨디션이 올라와 있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조건이죠.
반면에 일본팀은 정예 몇 명이 빠져도 얼마든지 한국팀과 자웅을 겨룰 수 있고요.
솔직히 말해 저 '뎁쓰가 얕다' 는 게, 일종의 미화된 표현이지
선수층은 비교가 안되게 얕은데, 일본 대표팀에 꿀리지 않는 S급들이 몇 명 갑툭튀했다 정도에 더 가까운데..
국내리그 안보는 분들은 잘 모를 테고요.
요번 WBC 만 해도 류현진, 김광현, 손민한이 나란히 컨디션 안좋으니까
필승선발감이 봉, 윤 딱 두장밖에 없었죠.
이런 경우 미국이나 일본은 정 안되면 교체하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교체한다고 해도 봉, 윤, 류, 김 에 필적하는 카드가 도저히 없다는 것.
돌이켜보면 선발 단 두 장 가지고 참 대단한 성적을 올린 거죠..
둘째 걱정.
국내 리그에선 그렇게 커보이지 않던 S급과 A급 간의 격차가 국제대회에선 의외로 꽤 커보이더군요.
투수던 타자던 말이에요.
물론 A급이라도 컨디션 좋으면 국제대회에서 S급의 성적을 올릴 수도 있고,
S급도 컨디션 나쁘면 A급만도 못할 수도 있고 하긴 한데
제 개인적인 느낌은 그렇더군요.
어느 나라 가도 통할 수 있는 S급과 국내리그에서 정상급이지만 해외리그에선 쉽지않을 듯한 A급
국내 성적 차이는 간발의 차이지만 실제 클래스 차이가 좀 있는 듯해 보이던데
문제는 우리 리그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되고 해외리그에서 눈독들일 만한 S급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리그의 환경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MLB 도전하는 것도 좋고 NPB 가는 것도 좋지만 저에게는 KBO 리그가 제일 소중한데 말이죠.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한국 리그의 중요한 기록들이 한국 최고의 선수들에 의해 보유되고 갱신되어야
한국 리그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의미가 온전하게 남을텐데
뭐, 최고의 선수들이 해외리그로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요
일부는 진출하더라도, 적어도 일부는 남아서 한국 리그의 수준을 유지해 줘야 할텐데 (일본처럼 말이죠)
지금 추세라면 아직 장벽이 큰 MLB는 몰라도 NPB는.. S급 뿐 아니라 A급의 진출도 막기 힘들어 보입니다.
MLB와 NPB의 경제적 차이보다, NPB와 KBO의 경제적 차이가 훨씬 더 심하게 나니까요.
이건 해결 방법이 없네요. 한국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면 통하지 않도록 실력이 떨어지기를 바랄 수도 없고
우리 나라 경제가 발전하기를 빌 수밖에.
개인적으로 KBO가 NPB의 하부리그화 되는 꼴은 정말 보고 싶지 않은데요.
게다가 일본과는 중계시간마저 겹치니.
일본과의 경제적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이 상태로 10~20년쯤 흐르면, 아마도 우리 바로아랫세대들은
지금 세대가 epl 응원하듯이 NPB 팀 정해서 응원하면서..
KBO의 팀 성적이나 개인스탯보다는, 어느 선수가 NPB 어느 팀으로 가는지가 주 관심사가 되고
내가 응원하는 팀으로 왔으면 좋겠다 뭐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높지요.
셋째 걱정.
올해 기아는 흠...
타력은, 장성호 최희섭이 제 실력발휘를 해줘야 '평균적인 팀 장타력' 수준이 겨우 될랑말랑이고
거기에 나지완이 터지고 홍세완이나 이현곤 중 하나가 커리어하이에 준하는 스탯을 찍어야
비로소 상위권 타력이 되는 수준인데...
별로 현실적인 가능성을 계산해 보고 싶지도 않은 -_-;;
투수력은 그나마 낫다지만
글쎄요 기아 투수력의 절반 은 심했고 1/3 은 되는 윤석민이
컨디션이 너무 일찍 올라온 게 심히 불안하네요
물론 국대에이스로 발돋움한 어린이가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럽지만
안그래도 풀타임 선발 후반기엔 체력적 문제를 노출하곤 했는데.. 올해 과연 어떨지
작년보다 실력은 업글되었어도 실적은 떨어질 가능성을.. 별로 생각하기 싫기 때문에 그만 말할래요.
시즌 끝나면 한기주 바로 수술들어갈 줄 알았는데 수술이 능사는 아니라지만.
아픈 채로 몇년이나 더 굴리려는지 모르겠고. 필시 올해도 시즌 중 몇 차례 개점휴업 할테고.
작년 세컨펀치였던 범석이는 항상 투구폼 때문에 부상 문제점을 지적받아왔는데 개막때부터 아프고
투수진의 리더인 서재응 역시 .. 올해도 별 좋은 소식은 없고 ㅠㅠ
팬심일지 몰라도 커리어로 봐도 김선우, 봉중근보다 더 나은 활약 펼쳐줘야 하는데 말이에요
정신적 지주인 대진성님이야 뭐 마운드에 오르는 것만으로 감격스러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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