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5안타와 9안타, 그러나 점수는 15:1 그 원인은?
- 작성일
- 13-04-19 23:26
오늘 한화와 두산의 첫 맞대결 직관을 다녀왔습니다. 올시즌 첫 직관인 만큼 이기길 기대하고 니퍼트, 김경태 맞대결로 가긴 했습니다만... 경기 내용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적어도 기본적인 면에서는 대등해야 승부가 이뤄지고 경기가 재미나고 경기장에 직접 간 보람이 있을텐데, 오늘 경기에서 한화 선수들의 움직임은 수준 이하였습니다. 잘 치고 잘 던지고 이전에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모습들이 자꾸 나오니 경기에 집중이 잘 안 되더군요.
제가 외야에 앉은 관계로 양팀의 외야 수비를 눈여겨 봤습니다. 그런데 같은 타구라도 한화는 두산 주자들을 한 베이스씩 더 보내고, 두산은 한화 주자들이 더 가지 못하도록 틀어막았습니다.
밑에 댓글에서도 썼지만 한화 김태완, 김경언의 수비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2회말 민병헌의 2루타때도 한발짝 빨리 수비 위치로 이동하면 적어도 민병헌은 1루에 묶을 수도 있는 타구였습니다.
같은 회 정수빈의 3루타 때 우익수 김태완의 머리 위로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는 3루를 허용하면 안 됩니다. 깔끔한 펜스플레이와 중계플레이로 3루로 가는 걸 저지해야합니다. 그런데 김태완은 타구 판단을 빠르게 하지 못한 채 주춤거리며 타구를 바라보다 타구가 머리 위를 넘어간 뒤에서야 펜스를 쳐다보고 펜스플레이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바로 중계플레이에 들어가야 하는데, 김태완과 한상훈 모두 홈으로 던질 생각만 했습니다. 이미 1, 2루 주자들은 나란히 붙어 달리며 홈으로 들어가는 데 중계플레이는 홈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정수빈은 3루로 갔습니다. 이미 김태완의 느린 반응으로 정수빈이 3루에 안착할 가능성이 컸지만 그래도 홈보다는 가능성이 높은 승부였습니다.
이어진 4번 김동주의 타구를 잡아야 할 사람은 이대수가 아닌 김경언이었습니다. 3루 주자 정수빈은 작은 틈을 노려 홈으로 뛸 수 있기에 몸의 중심이 뒤로 갈수 밖에 없는 유격수 이대수가 아니라 대쉬해 잡을 수 있는 김경언이 잡아야 합니다. 이대수는 정수빈의 움직임을 의식해 몸의 중심을 뒤로 이동하려고 오른발을 살짝 뺍니다. 이때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며 공을 계속 주시하지 못해 실책이 일어났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이대수가 실책하지 않았어도 정수빈은 홈으로 들어왔을 겁니다. 이대수가 실책해 투수의 자책점을 줄여준 거죠. 근본적으로 한화 외야수 김경언이 잡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 한화의 수비를 보니 기본기가 결여돼 있습니다. 아마추어인 제 눈에도 수비 자세가 좋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몸의 중심이 높고, 잔동작이 많았습니다. 제가 직접 한화 우익수 김경언과 중견수 정현석, 그리고 두산 우익수 민병헌의 수비동작을 찍었습니다. 직접 보시고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김경언과 정현석 모두 투수가 던지는 순간 몸 중심을 제대로 낮추지 않습니다. 김경언은 약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정현석은 잔동작이 많고 투구에 맞춰 살짝 뜁니다. 이렇다 보니 타자가 타격하는 순간 바로 타구를 쫓아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대쉬해서 잡을 타구를 뒤로 물러나며 잡을 수 밖에 없어, 단타가 2루타가 되는 일이 잦습니다. 그리고 타구를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허둥지둥 따라가서 잡으니 실책성 플레이도 많이 나옵니다.
위의 민병헌이나 그윈은 투구시 몸의 중심을 최대한 낮춥니다. 민병헌은 여기에 더해 타격 임팩트 타이밍에 맞춰 뒷꿈치를 살짝 들어 중심을 살짝 흐트려 놓고 타격이 이뤄지면 바로 대응합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단타와 2루타를 가르고 점수차이를 크게 나게 만듭니다. 두산은 한화의 수비에 힘입어 2루타 3개, 3루타 3개를 기록했습니다. 한화 외야만 제대로 했어도 두산은 15점 못 뽑았습니다.
오늘 경기 보고 한화 선수들의 수비 태도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몸의 중심을 낮추는, 수비의 가장 기본이 되며 어렵지 조차 않은 것을 열심히 안 하는 데 성적이 나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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