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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기사입니다. ^^




"이제 이승엽 투수코치님이다."
　
8일 비에 젖은 광주구장. 이승엽(27·삼성)은 지나가던 투수 배영수(22)를 불러 세워놓고 억지로 글러브를 끼웠다. 이승엽은 타격훈련을 마치고도 좀이 쑤신 듯 배영수와 캐치볼을 시작했다.
　
몇차례 공을 주고 받던 이승엽은 갑자기 생각난 듯 "변화구를 가르쳐주마"라며 요상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승엽은 경북고 시절 에이스급의 왼손투수. 삼성에 입단할 때도 '투수'로 입단했다. 물론 9년 전 일이다.
　
이승엽은 "뉴욕 양키스 마이크 무시나의 너클 체인지업을 봤냐"며 배영수에게 '너클 체인지업'을 전수했다. 이뿐만 아니라 '포크볼'이며 '너클 커브' 등 각종 '마구'의 이론을 신나게 떠들었다. 지나가던 오상민 마해영 등도 배영수에게 "이번 기회에 잘 배워서 20승 투수가 돼라"고 킥킥대며 이승엽을 거들었다.
　
이승엽은 경북고 5년 후배인 배영수를 앞에 두고 오랜만에 투구폼을 잡았다. "내가 한때는 '체인지업 리'였다"며 투수 시절 생각에 더욱 신이 났다. 응원까지 붙었으니 콧노래를 부를 판이다.
　
이쯤 되니 프로에서 투수만 4년째 해 온 배영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늘 같은 고교선배의 공을 받으며 변화구를 배우는 배영수의 표정이 이승엽의 '요상한 마구'만큼이나 요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