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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는 SK 김광현 (사진 :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며칠 동안 한국에 다녀올 기회가 있어 SK 경기를 관전하고 왔습니다. 그 날은 마침 김광현 선수가 등판하는 경기였습니다. WBC대회에서는 ‘일본 킬러’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결과는 잘 아시다시피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정규시즌을 맞게 되었으며 지금 현재의 상태 또한 여러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성적은 3경기에 등판해 1승을 기록했으며 방어율은 무려 4.91(4월20일 현재)입니다.

왜 이렇게 올 시즌 들어 김광현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그냥 보기에도 확실히 드러난 점은 공끝이 날카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강속구를 낳는 비결은 공이 손가락 끝에 얼마나 잘 채이느냐입니다.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 최근 그의 투구는 손끝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고 공끝이 살아 있지 않습니다. 구속은 140킬로미터 후반 대이기는 하지만 타자들이 속지 않고 커트해내거나 잘 골라내고 있다는 것은 하반신을 확실히 사용해서 던지지 못한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WBC에서도 비슷한 투구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피칭 스타일은 지난 시즌의 피로를 충분히 풀지 못한 상태에서 전지훈련에 임했을 경우에 잘 일어나는 경향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피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전지훈련에 참가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상대 팀의 연구입니다. 어떤 팀이건 간에 이전 시즌에서 당했던 투수들에 대해서는 그 투구내용을 철저히 분석해 다음 시즌에는 대책을 세워서 임하게 됩니다. 투구동작 때의 버릇을 노출 당해 구종을 읽히고 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투수들은 상대가 연구해 오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투구를 갈고 닦지 않으면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투수라는 ‘족속’은 좋은 성적을 내면 낼수록 마음 속 어딘가에서 방심을 낳고 마는 동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방심……. 그것은 환상이라는 말과 맞바꿔 표현해도 좋을 것입니다.

　1년, 2년……. 각광을 받을 만큼 좋은 성적을 올린 투수일수록 그 호조세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환상을 품고 마는 것입니다. 자신감이 있으면 있을수록 능력이 있으면 있을수록 자신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마운드에 영원히 서게 될 남자라고 말입니다.

　그러한 투수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어느 한 부분에서는 노력을 게을리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오프시즌 때에 몸관리를 게을리했거나 상대 팀이 자신에 대해 연구해 오는 그 이상의 기술을 갈고 닦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그 선수는 평범한 선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타자에게 난타를 당하기 시작해도 여전히 자신은 굉장한 투수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설마 그럴 리가 없다’며 갈팡질팡하다가 자신감과 불안감이 교차되면서 점점 무너지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무리를 하게 되어 부상을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런 식으로 몇몇 뛰어난 선수가 더 이상의 영광을 얻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김광현 선수가 그런 투수들과 같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성격적으로도 결코 나태하지 않으며 자만하는 선수도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기자신’에 대해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설령 스무 살이라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는 코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조언을 해주고 또 아무리 지도를 해준다 한들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프로 세계의 냉정함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팀의 사정이 허락된다면 2군에서 한달 정도 전지훈련 때와 같은 트레이닝을 다시 해본다면 가장 좋을 듯합니다. 아니 그 이전에 근력과 어깨의 가동범위 등을 체크해서 가급적 신체에 남아 있는 피로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신체 능력을 이용해 던지는 유형의 투수인 만큼 기술이전에 무엇보다 신체를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올 시즌은 10승을 하더라도 10패를 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프로의 세계란 타고난 능력만으로는 절대 오래오래 통용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지금의 김광현 선수는 그러한 프로의 벽에 부딪혀 있다고 해도 좋을 지 모릅니다. 지금의 이 같은 부진에서 벗어났을 때 김광현 선수는 비로소 진짜 프로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건 그에게 있어 올 시즌은 진정한 프로투수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린 매우 중요한 1년이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러한 관점에서 김광현 선수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이 양반 글 읽을때마다 야구 자체에 대한 애정이 정말 그득하다는걸 느낍니다.
계속 좋은 글 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