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프로야구 케이블TV 중계권 협상 난항은 중계료 전반에 대한 관심과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팬들은 방송사가 해외 스포츠 중계를 위해서는 막대한 외화를 지출하면서 왜 국내야구는 홀대하느냐고 원성을 높이고 있고, 방송사는 남지 않는 장사라며 더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에이클라는 방송사가 프로야구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다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로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명분싸움을 펼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말이 엇갈리는 부분들이 있다． 중계권 관련 '진실게임'을 살펴본다．
　

◇이승엽 중계권료가 연간 100억원?

방송사가 난감해하는 부분은 팬들의 비난이다． 특히 이승엽 관련 일본 프로야구 중계권료로 10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SBS스포츠 측은 " 100억원은 낭설 " 이라며 반박한다． 한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의 전화 통화에서 " 이승엽 중계 비용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100억은 커녕 그 절반도 안 들어간다．

이는 NPB 측과 협의한 인건비는 물론, 위성 수신료까지 모두 합친 것 " 이라며 " 올해도 그랬고, 과거에는 더 싼 비용으로 일본야구를 중계했다 " 고 해명했다． '100억설'은 이승엽의 일본 중계를 시작할 때 방송사간 경쟁이 심해지자 일부 언론에서 추측해 보도한 '추정치'일 뿐이라는 것이 방송사의 입장이다． 하지만 그 정도 든다는 얘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영수증을 까보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미제로 남았다．
　

◇1년 제작비 30억원?

그렇다면 제작비는 어떨까． 지난 해까지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 1년에 방송중계 제작비가 30억까지 들어간다는 것은 심하게 뻥튀기된 면이 있다 " 고 말했다． " 수도권과 대전까지는 경기당 1000만~1200만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가고 연간으로 따지면 2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 " 고 귀띔한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방송사별로 동원하는 기기들이 달라 편차가 좀 있긴 하지만 25억~30억 정도는 충분히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 중계차가 HD냐, 아날로그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지방 경기를 중계할 때는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 며 반박했다．
　

그러나 이를 " 좀 더 복잡한 무언가가 있다 " 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한 중계 제작 관련 인사는 " HD와 아날로그 중계차는 50만원 차이밖에 안난다 " 고 말했다． 문제는 방송사가 중계차 등 기자재를 수급하는 곳이 자회사인 경우가 많아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일종의 내부자에 우호적으로 하는 거래다． 이 인사는 " 이런 비용들이 제외된다면 한 시즌에 20억원 정도면 아주 좋은 품질의 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 " 고 말해 제작 비용은 방송사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작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이클라, IPTV와 100억대 협상?

방송사들은 21일 낸 보도자료에서 " 에이클라가 IPTV와 100억원대 협상을 하고 있다． 방송사들에게는 더티 피드(영상저작권) 사용료로 단 5억원을 지급한다 "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에이클라는 " IPTV 중계권은 단순히 프로야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 라는 입장이다． 에이클라 이재명 총괄이사는 " IPTV 중계권은 패키지로 협상이 진행중이다． 우리가 중계권을 확보한 K1, WWA, 챔피언스리그 등을 전부 합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야구 중계권만으로 얻는 수익이 아니다 " 라고 말했다．

또 "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드는 직간접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 고 말했다． 방송사에 지급하는 돈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비용이 커진다면 분명 수익분배구조의 변화가 생겨야한다는 측면에서 에이클라는 프로야구 부분을 떼서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국내 프로야구 중계료, 정말 비싼가?

시청자 일부는 " 방송들은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 중계권료를 깎으려고 엄살을 부리고 있다 " 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송 광고에 수신료까지 합하면 상당한 수익이 날 것이라는 추측이다． " 1년 19억의 비용으로 일주일에 여섯 번, 최소 2시간 30분에서 길게는 4시간 가까이 시청자들을 붙잡아 줄 콘텐츠는 야구 밖에 없는데 대체 왜 이렇게 야구를 홀대하느냐 " 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방송사 측은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한 케이블 방송사 중계 관련 제작자는 " 축구는 한 시즌에 2억 4000만원을 주고 중계를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광고가 많이 줄어들어 수익이 훨씬 줄었다． 왜 이런 부분은 생각해주지 않나 " 라며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 관련자는 " 프로야구는 사실 25억 이상 중계권료를 줘도 될 가치가 있다 " 며 " 한 이닝당 매번 광고를 낼 수 있는 야구와 광고 노출 기회가 적은 축구를 직접 비교할 수 있냐 " 며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김정란기자 inat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