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그나마 김태균 선수 큰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군요.....




김태균 홈 파고들다 '쿵!'… 응급체계 또 문제

두산 포수와 충돌 잠시 의식 잃은 뒤 회복… 응급시스템·지휘체계 등 문제점 노출

천만다행이다.

WBC 간판타자, 한화 4번 김태균이 아찔한 순간을 넘겼다. 충돌의 충격으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받았지만 우려했던 뇌진탕 증세는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잠실구장 인근의 서울의료원까지 후송되는 과정은 우왕좌왕,너무 어수선했다. 곳곳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26일 잠실 두산전 1회초 2사 2,3루.

김태균은 2루주자였다. 6번 김태완이 오른쪽으로 날카로운 적시타를 날리자 3루주자 디아즈는 여유있게 홈을 밟았고, 2루주자 김태균은 저돌적으로 홈까지 내달렸다.

100kg을 넘나드는 거구가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두산 포수 최승환의 블로킹에 걸렸다. 우익수 민병현의 정확한 송구를 받아낸 최승환은 홈플레이트에서 3루쪽으로 두 걸음 정도 앞을 지키고 있었다.

프로텍터와 레가드 등의 보호 장비를 한 포수는 정면으로 들어오던 김태균을 왼쪽 어깨로 막았다. 김태균은 '쿵'하고 나가 떨어졌다. 달려오던 속도 탓에 충돌의 충격은 더욱 컸다.

옆으로 떨어지는 순간 헬멧이 벗겨지며 머리도 땅에 부딪혔다.

김태균이 쓰러진 시간은 대략 오후 5시14분쯤.

잠실구장 3루쪽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응급처치 요원인 간호사가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김태균은 꼼짝하지 않았다. 눈을 뜨지 못했다.

간호사는 어떤 조치를 해야 할 지 당황했다. 한화의 트레이너, 코치, 선수들이 나와 유니폼 상의 단추와 허리띠를 풀어 주었다. 호흡이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자 들 것이 들어왔다.

들 것으로 옮기는 순간에도 김태균의 양팔은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1명의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 인공호흡을 시켜라 " , " 산소 마스크를 가려와라. " , " 빨리 앰브란스 대기시켜. "

다급한 나머지 여기저기에서 소리쳤다. 말만 무성할 뿐 체계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사람도, 시스템도 없었다.

얼마나 마음이 급했던지 어떤 관계자는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는 소리에 중앙 로비 벽에 붙어 있는 자동심장제세동기함을 주먹으로 부수고 내용물을 꺼내서 앰블란스에 타고 있던 한화 관계자에게 건네줬다. 알고보니 그것은 산소호흡기가 아닌 심폐소생기였다.

일분일초가 급한 순간이건만 앰블란스는 곧바로 잠실야구장을 빠져 나가지 못했다. 때마침 잠실체육관에서 삼성과 KCC의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이 끝나 아무리 샤이렌을 울려도 소용없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관계자들이 교통정리를 하고서야 겨우 꽉 들어찬 승용차들 사이를 돌고돌아 오후 5시23분쯤 서울의료원까지 갈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인공 호흡이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는 사고 발생 직후 4분 이내에 이루어져야 뇌손상을 막을 수 있다.

우왕좌왕 하는 와중에도 후송 도중 김태균은 의식을 되찾았고, 정밀검사 결과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서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짧은 순간이나마 2000년 4월16일 잠실벌에서 쓰러져 지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임수혁이 떠올랐다.

제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인 응급처치시스템,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긴급차량 이동로, 중심 없는 지휘체제 등이 드러났다.

잠실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구장이 '김태균 사고'를 계기로 반드시 응급처치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제2의 임수혁'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실=이창호 기자 cha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