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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년에 SK의 야구는 90년대초반의 삼성야구에 아련한 추억을 가진 저에게는 어릴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대청소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기분을 주었습니다. 김강민,박재상,조동화,정근우...이 잘치고 잘받고 잘뛰는 선수들과 이호준,박재홍,이진영,박경완,최정등 언제든 한방날려줄 기대를 품게해주는 선수들, 그리고 애증의 대상 똘배횽님...반쯤 팬이던 저에게 수많은 역전승과 타격전을 선물해줬죠. 경기종반에 점수차가 꽤 벌어졌어도 끝까지 기대를 가지게 해주는 야구를 해줬습니다. 게다가 마운드의 안정감까지...이거야 말로 응원하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번트대는 야구가 뭐가 재밌느냐고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제가 느끼는 바로는 번트로 2루를 보내는 횟수보다 도루나 힛앳런등 활발한 주루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혔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한베이스 더가는 야구가 대세가 되고 선수들의 수비능력도 그에 맞춰 진일보했다고 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되는게 어느정도 점수차가 나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혹은 확인사살하는 야구를 했다는 점인데, 당하는 입장에서야 짜증나는게 당연하겠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루즈한 경기를 보여주지 않고 볼거리가 있는 야구를 해줘서 좋았습니다. 그 다음 논란이 벌떼야구라고 할 수 있는데, 타팀이 보기에 너무 많은 투수가 기용되고(점수차가 큰 상황에서도) 그래서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엄청 욕을 먹었죠.  근데 관심있게 SK야구를 보면 벌떼 야구를 하지않으면 문학구장의 불꽃놀이를 토요일 경기후가 아니라 거의 매일 볼 수 있었을 거라는데 동의하실겁니다. 07년에 불펜진의 면면을 보면 조웅천, 정대현이라는 부상위험도가 높은 옆구리 투수들을 주축으로 해서, 윤길현, 가득염, 정우람(이당시에는 08년과 같은 포쓰가 안나왔던..전형적 원포인트였죠), 김원형, 이영욱, 이한진 등등 이었는데, 정대현을 제외하면 철저하게 좌우타자상대전문분업화가 되었죠. 데이타를 무시하고 좀 더 길게 끌고 가면 어김없는 퐈이아..퐈이아...구위로 누르는 투수가 없고 딱 한칼씩만 가지고 승부하던 불펜투수들을 가지고 겜을 이길려면 벌떼야구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결과적으로 윤길현, 정우람이라는 미들맨이 길러졌다는 점은 즉 짧은 이닝을 던져 등판횟수에 비해 피로도가 적고 경험은 많이 쌓았던 결과로 봅니다. 벌떼야구의 또한가지 원인으로는 부실한 선발진을 들 수 있겠네요. 당시 선발진이 레이번, 로마노, 채병룡을 빼면 돌려막기였죠. 1,2,3선발이 잘돌아간다고 해도 4,5선발이 표적선발로 나와서 짧은 이닝을 던지고..그런경기에는 자연 투수가 많이 투입되고 하다보니 투수소모량은 또 급증하는 악순환이었죠. 08년에 들어서면서는 김광현의 성장과 채병룡의 존재감등으로 상황이 나아지...려다가 아시다시피 용병농사의 깽판...99비얀이라던가 이름조차 기억할수 없는 스쳐지나간 용병투수들...레이?등등으로 역시 불펜의존도는 개선되지 않았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야구를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 예전에 발근우, 윤길현욕설사건에 이은 감독사과,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벌어졌던 빈볼문제와 같은 것들은 SK팬하기 참 힘들게 하는 요소인데, 다른 팀에서는 웃고 넘어가는 일이 유독 SK와 관련되면 부각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언론에서 부채질하는 것도 심하고, 김성근감독이 비주류라는 것도 한 원인이겠지요. 생각해보면, 경기중에 욕설을 하는 선수는 수없이 많습니다만 집요한 클로즈업과 리플레이에 노출되는 것은 드물죠. 빈볼과 벤치클리어링도 SK에서만 일어나는일은 아니고 비슷한 강도의 난투극은 종종 있어왔습니다만, 팀이미지로까지 굳어지는 일은 없는데(단기적으로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렇게 이미지화되고 까인다는 건 언론의 영향이 아주 크다고 봅니다. 선수 개개인이 까이는게 아니고 팀 전체와 감독이 욕을 먹는 구조로 되어있죠.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