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팬들이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캐넌'
- 작성일
- 08-11-19 10:53
LG팬들이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캐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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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는 11월 30일에 잠실야구장에서 팬들을 위한 '러브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날 열리는 행사에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벤트가 있으니 바로 '1990년 우승팀' 과 '1994년 우승팀'의 5이닝 친선 경기이다. 1992년 우승을 차지한 롯데 자이언츠 다음으로 우승과 인연이 없었기에 그 당시의 감동을 자극하는 경기를 보는 팬들의 향수 또한 남다를 것이다.
라이벌구단 두산과 비교해 볼 때 최근 몇 년간의 성적은 격차가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져 있고, 17년 동안 앞서 있던 연간관중수에서 올해 처음으로 뒤지면서 '서울의 대표구단'이란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서울 시내에서 LG트윈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었다. 평일 경기임에도 잠실야구장은 만원사례를 이루었고, 해태 타이거즈와의 라이벌전이 벌어질 때에는 한국시리즈 이상으로 입장권 구하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1990년의 우승이 LG시대의 시작 이였다면, 1994년의 우승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던 것이다. 그 중심엔 "향후 LG의 10년을 짊어진 유망주들"이라 평가받던 유지현-김재현-서용빈이 있었다.
유지현과 서용빈은 '영광스런 은퇴'를 맛보지 못한 채 일찍 선수생활을 접었다. 둘 뿐만 아니라 당시 'LG왕국'을 이끌었던 김용수, 정삼흠, 김태원, 노찬엽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송구홍, 박준태 등도 유니폼을 일찍 벗었다. '영원한 LG맨'을 자부하며 꾸준함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활동 중인 최동수와 이종열은 우승 당시 전력 외 멤버였고, 방위복무를 겸하며 안방을 책임졌던 김동수는 급격한 성적 하락과 함께 은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LG팬들이 그리워 할 수밖에 없는 바로 그 선수. '캐넌' 김재현만이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LG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해인 2002년을 기점으로 '영광의 멤버'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김재현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은퇴는 물론 불구자가 될 수도 있었던 고관절 부상의 아픔 이후 구단과 각서 파동을 겪으면서 정들었던 LG를 떠나 SK에 정착을 한다. 동기들인 유지현과 서용빈도 반강제로 유니폼을 벗었지만 LG에서만 선수생활을 한 데 비해, 김재현은 푸대접과 멸시를 받으면서 구단에서 쫓겨났다고 할 정도였기에 김재현의 이적 소식이 들리자마자 정들었던 LG를 버리고 SK에 대한 응원을 보내는 팬들도 나타났을 정도. 'LG의 마지막 황금시대'를 지켜준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의로, LG팬들은 이적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 대신 미안함과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SK 이적이후 김재현은 전성기 시절만큼은 못하지만 날카로운 타격실력을 뽐내며 간판타자로 활동했다. 특히 2007년 시즌에서의 부진을 뒤로 하고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LG의 김재현'이 아닌 'SK의 김재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후 올 시즌에도 무난한 활약을 하면서 FA시장에 뛰어들었다.
고관절 수술의 여파로 인해 지명타자, 아무리 높게 평가해봐야 1루수밖에 볼 수 없는 선수가 되었지만 타격 실력만큼은 죽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팬들은 올 시즌 '총체적 난국'에 빠진 팀을 비판하면서 '캐넌'의 복귀를 강력히 바라고 있지만 정작 구단 측에서는 이진영, 정성훈, 박진만 등에 관심을 보일 뿐 김재현은 생각도 하지 않는 듯하다. 페타지니와 최동수 등의 교통정리가 시급한 상황인지라 김재현의 활용도 또한 떨어지는 게 사실. 결국 김재현의 LG복귀 시나리오는 LG팬들의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러브 페스티벌'의 '1994년 우승팀' 멤버로 유지현과 서용빈이 참가한다. 오랜만에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게 되는데, 이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김재현이 참가할 수가 없는 현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김재현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LG에 대한 감정이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다만 SK 첫 우승의 주역으로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는 'LG맨 김재현'이란 이미지를 떨쳐내기란 어려울 것 같다. 잘생긴 외모와 빠른 발, 호쾌한 타격능력을 가진 19세의 젊은 선수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 김현영 인터넷 객원기자 scblog.chosun.com/kimhy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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