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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기사는 야구라 손윤님의 포스팅 허락하에 사용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런트路’는 야구라가 새롭게 준비한 코너입니다. 패션쇼 관람석 맨 앞줄을 의미하는 ‘프런트로(front row)’와 길을 뜻하는 한자 路를 조합한 것으로, ‘야구단 맨 앞에서 야구를 생각하는 프런트의 길’을 나타냅니다. 이 코너에서는 전·현직 프런트 관계자들의 육성을 통해서 프런트의 역할과 그 중요성 등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로 구경백 사단법인 일구회 사무총장을 만났습니다. 구 사무총장은 OB 베어스(현 두산)가 창단할 때 구단 매니저로 인연을 맺고서 운영차장, 홍보팀장, 스카우트팀장 등을 역임한 두산 프런트의 산증인입니다.


초창기 프로야구와 지금과 프런트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일단 인원이 증가한 것을 꼽을 수 있어요. 초창기 프로야구에서 OB 베어스의 프런트가 가장 앞서나간다고 말해졌지만, 직원이라고는 단장, 사무국장, 매니저, 그리고 운전기사와 조수 각 1명이 다였어요. 이 인원을 가지고 야구단이 출발한 거죠. 그러니 매니저의 역할이 기록, 홍보, 운전사, 선수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등 온갖 잡일을 다하는 직책에 머물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그땐 홍보나 마케팅이 뭔지 몰랐죠. 단, 운영은 지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선수를 관리하는 걸 같다고 본다면, 운영관리만 하는 수준이었어요. 적은 인원을 가지고 하려니까 당연히 구단에서 해야 할 일을 코치진이 했고. 또한, 구단이 야구단을 운영해본 경험도 없었기에, 코치진-특히, 감독에게 많은 자문을 구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때는 어느 구단이나 ‘감독 중심의 야구’를 했다고 보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프런트의 역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게 된 계기가 1983년 OB가 미야자키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였어요. OB가 원년 도(1982년)에 우승했지만, 구단 매니저라는 직책이 아마야구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거든요. 그저 돈 관리를 잘하고, 선수단이 먹고 자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역할 정도였어요.

미야자키가 요미우리 훈련장이었는데, 요미우리 관리부장이 나이가 아주 많았던 이였어요. 그이가 OB의 매니저를 찾았어요. 자기도 매니저니까 저녁을 먹으며 반주라도 곁들이면서, 한국 프로야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심산이었던 거죠.

근데 매니저라고 26, 7살 먹은 어린 내가 가니까, 한참 쳐다보더니 “이 사람이 정말 매니저가 맞느냐?”라고 묻더라고요. “맞다.”라고 하니까 “어떻게 그 나이에 매니저를 할 수 있느냐?”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후에 알고 보니까 요미우리에서 선수 생활도 했고, 스카우트, 코치, 정보분석원 등을 거친 이였어. 그이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거죠.


실망이 역력한 표정으로 한국 프로야구에 대해서 짧게 물어봤어요. 한국에는 몇 팀이 있는지, 코치진과 선수는 몇 명인지. 그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당시 OB 전체 선수가 한대화, 박종훈, 장호연 등 신인이 들어와서 28명이었거든요. 그러니 그이로서는 ‘이게 프로야구단이야? 뭐야!’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던 겁니다.

그때 내가 구단 매니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 말단 직원이었거든요. 근데 미야자키에 2주일 있으면서 매니저의 파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이의 한 마디에 모든 게 정리가 되는 거예요. 코치진도 그이 한 마디에 군말 없이 따르고, 운동장 연습도 마찬가지였어요. 다만, 그이는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뒤에서. 딱 뒤에서 모든 걸 통제하더라고요.

그걸 본 OB 선수들도 ‘매니저가 보통 직책이 아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즉, 지금도 그렇지만, 전지훈련으로 일본에 가면서 한국 구단들도 '구단이 굉장히 힘이 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근데 이게 ‘비극의 씨앗’이었어요. 결과적으로.

LG, 프런트 반란을 주도

왜 그런가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일단 현장과 프런트와의 역학관계에서 현장 우위에서 프런트가 힘을 갖게 된 것은 LG가 프로야구에 뛰어들면서부터입니다. 1990년 LG가 MBC를 인수하면서, OB와 본격적으로 서울 라이벌을 형성했고, 삼성과의 재계 라이벌 구도가 그대로 프로야구에도 이식되면서 프런트가 세분화 및 전문화되며 발전하게 된 거죠.

LG가 프로야구에 들어와서 90년 한 해 동안은 백인천 감독이 하자는 대로 했어요. 그리고 우승했죠. 근데 계약금 문제로 갑론을박하다가 백인천 감독을 내쳤어요. 이때부터 프런트의 반란이 시작된 겁니다. LG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와서 우승하고 그러니까 프로야구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근데 그때는 LG가 프런트가 강한 게 아니라 선수가 좋았어요. LG가 우승한 거는 백 감독의 능력이었다고 봅니다. LG가 지원도 잘했지만, 프런트의 능력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구단이 힘이 있어야 된다는 게 내 지론입니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조건이 있어요. 구단이 현장보다 야구를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거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조직되지 않았다면 현장 의견이 우선시되어야만 한다고 봐요.

우리가 구단이 전권을 휘두르는 메이저리그나 일본을 보면서 간과한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메이저리그나 일본은 전문가들이 구단을 운영하잖아요. 현장 출신들로만 채워져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들이 존중받고 구단 운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그러니 자연적으로 코치진이 프런트의 말을 따르는 거죠.

근데 우리는 전지훈련이나 연수 등으로 오로지 구단이 전권을 휘두르는 것으로 착각한 거죠. 단장도 그렇고 사장도 그렇고. “내가 전부 다 하는 건데.”라고 생각한 겁니다. 말은 맞는 말이죠. 구단 돈으로 구단이 운영되니까,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을 구성하고 선수를 뽑거나 반대로 자르거나 하는 게. 맞는 말이지만, 결국은 잘못 배운 거죠.

야구를 예측하는 게 프런트의 역할

1층에서 2층을 올라가고 해야 되는데, 한꺼번에 5층으로 바로 올라가 버리니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렇게 생각한 구단이 성적이 좋으니까 ‘진짜 야구 별거 아니다.’라고 판단한 거죠. 우수한 선수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단이 인재양성에 힘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어요.

실례로 최근 LG가 저조한 성적에 머무는 이유를 ‘김성근의 저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인재가 팀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김정준, 노석기, 배수희 등 프런트에서 제 역할을 하던 이들이 김성근 감독이 해고되면서 나갔거든요. 게다가, 이들이 현장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었기에, 그 타격이 더 컸던 거죠.



결국,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야구의 안을 보지 않고 겉만 보고 판단한 지레짐작 - ‘무조건 구단이 전권을 휘두르는구나!’라는 생각이 한해 농사만이 아니라 그 팀을 장기간 허덕이게 한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를 모르는 프런트가 구단을 운영하는데, 잘 된다면 그게 이상한 거잖아요.

흔히들 ‘야구 몰라요.’라고 하잖아요. 근데 일본 프로야구 유일한 GM(제너럴 매니저)이라고 불리는 네모토 리쿠오 전 소프트뱅크 사장한테 물어봤을 때도 “야구는 럭비공”이라고 했어요. “자기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게 야구”라는 의미로. 하지만, “그 방향 등을 예측할 수 있는 프런트가 강자”라고 강조했어요. “던졌을 때 이게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각도를 예측할 줄 아는 이가 전문가이며 프런트의 역할이다.”라는 겁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글 : 야구라 손윤 (yagoora.textcube.com)

제공 : 프로야구단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 (bm.gametree.co.kr)





 요즘 기사들보면 프런트와의 마찰로 시끌시끌한 구단이 있다..

그 구단을 욕하려고 하는건 아니다..

다만.. 재미있는 경기를 하루빨리 보고 싶을뿐..

구단 팬을 포함한 모든 야구팬들이 지켜보고있다..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