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 작성일
- 08-11-20 17:00
#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 나를 위해 한번만 노래를 해 주렴
나나~ 나나나나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마음을 다 주어도 친구가 없네 /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뿐인 걸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 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 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번만 손을 잡아 주렴
아아~ 외로운 밤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울다 잠이 든다 (신형원 개똥벌레 중...)
# 그대는 지금 어디에서 울다 잠이 들었을까. 날이 차지만, 그것인 바람이 차기 때문이 아니라, 그대의 마음이 차기 때문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내 집인 줄 알았던 곳에서 떠나, 차가운 개똥무덤에 잠이 든 당신은 얼마나 쓸쓸할까. 손을 잡고 싶어도, 모두 떠나버린 곳에서 그대는 홀로 울다 잠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새가 떠나버린 개똥벌레처럼. 쓰라린 가슴을 혹시 술로 달랬는가. 아니면, 남은 동료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가. 찾아봐도, 마음을 다 주었는데도, 친구가 없어서 괴로워하는가.
# 사람의 영혼이 육신을 떠날 때, 사람의 영혼은 육신과 함께 했던 시간을 잠시나마 떠올린다고 한다. 지금 그대는 그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대의 삶은 계속되지만, 어린 시절 친구와의 우정도, 책상 앞의 시간도, 한 밤의 자유로움도, 연인과의 달콤한 시간도 모두 포기한 채 바쳤던 그라운드와 작별을 했으니까. 다른 인생이 남았어도, 그대의 야구 인생의 한 막이 끝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대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을 했던, 아니면 TV속의 야구 선수의 홈런에 반해서 시작을 했던, 그대는 부모님을 졸라서 야구부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그대의 야구 인생은 시작되었다. 그대의 재능은 뛰어났는지도 모른다. 팔이 빠져라 팀을 위해 공을 던졌고, 때로는 친구들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뛰었다. 선배들의 방망이질은 아직도 억울했지만, 동시에 어느 순간 그대도 그 때 당했던 것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나이가 한 살 먹어가면서, 야구는 즐거웠어도 동시에 고민은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야구를 잘 하는 친구는 왜 이리 많은지.
그대의 동료들과 후배들은 그대를 신의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대는 안다. 미래의 모습이 과연 나에게 꼭 행운의 미소만을 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세상에는 야구의 신들이 왜 이리 많을까. 그리고 나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그대는 어느덧 고3이 되었다. 이름도 모르는 학교 반 친구들이 수능시험에 찌들어있을때, 그래서 그대가 뛰는 경기장에 응원도 오지 못할 때, 그대는 희망의 끈을 부여잡기 위해 뛰고, 달리고, 던졌다. 몸은 그렇게 또 아파왔는데, 그대는 그것을 몰랐다. 아니, 알아도 몰라야 했다.
마침내 운이 좋았는지, 그대의 노력 때문인지, 그대는 희망의 끈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는 포부를 품었다. 어린 시절 그대가 TV 속에서 본 우상처럼 그대도 우상이 될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대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그대의 노력에도 때로는 자리가 나지 않아서, 때로는 그대가 먼저 지쳐서, 때로는 운이 없어서, 그대는 결국 1군 무대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주인공이 되기를 원했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그대는 점점 지쳐갔다.
기억하는지, 그대가 처음 그래도 1군을 밟았던 그 순간을. 공 하나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떨려서 어떻게 쳐야할지도 모르던 방망이의 감촉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에, 그대의 심장이 뛰는 소리, 그대의 이름을 연호하는 그 소리를 기억하는지. 이제는 추억이라고 하지만, 그대가 누볐던 그 짧은 시간은,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이름이 된 것이 아닌지.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기에, 너무 슬퍼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재능을 탓하며, 불운을 탓하며, 그대는 어디선가 울고 있는지.
당신이 지쳐서 위로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대에게 야구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에, 차마 그대에게 어설픈 위로는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난 그대를 기억하고 싶다. 짧은 순간, 이름모를 선수였다고 해도, 그대가 뛰었던 그 흔적이 아무리 희미하다고 해도, 처음 들어오는 순간 그대를 보면서 설레였던 그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짧은 순간이라고 해도, 그대는 나의 영웅이었으니까.
# 이제 인생의 다른 무대에 그대가 섰다. 익숙한 글러브, 땀흘린 그라운드, 함께한 동료들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 그대는 서 있다. 두려울 것이다. 지난 시간 야구 외의 어떤 것도 하지 못했던 그대가 아닌가. 야구라는 이름 외에는 세상의 어떤 것도 모르는 그대가 아닌가. 사랑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지만,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그대가 아닌가. 그대의 슬픔이 어떤 것인지, 두려움이 어떤 것인지는 잘 안다.
하지만, 고개 숙이고, 개똥무덤에서 울다 잠이 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대를 보면서, 처음 설렜던 그 마음을 세상 다른 곳에서 그대가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달래고 싶다. 그대가 뛰었던 그라운드는 아닐지라도, 삶의 흔적에서 그대의 이름이 울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삶에 지치지 않고, 삶과 맞서서 살아가는 그대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대는 모른다. 그대를 사랑했던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그대의 가족도 있고, 이름모를 팬들도 있다. 그대의 모습이 비추기를 원했던 사람들, 그 작은 사람들이 항상 그대 곁에 있었음을 기억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대의 운이 그라운드에서는 실현되지 못했어도, 삶의 지평 너머에서는 그대가 밝게 웃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제발 꼭 하나만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삶이 그대를 힘들게 하고, 그라운드의 그것보다 그대를 아프게 할 때, 누군가는 당신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절절히 가슴 메이게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삶에서 이기라. 절망의 끝에는 그대가 찾을 희망이 있을 것이다. 유니폼을 벗는 것이 죽음의 시작이고, 절망의 심연은 아니리라. 그 곳에서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제발 살아남으라. 그리고 기억하라.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 당신이 지쳐서 위로할 수 없고 /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릴때
주님은 아시네 당신의 약함을 / 사랑으로 돌봐주시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내가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당신이 외로이 홀로남았을때 /당신은 누구에게 위로를 얻나
주님은 아시네 당신의 마음을 /그대홀로 잊지못하네
조용히 그대위해 누군가 기도하네
내가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CCM: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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