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010년엔 기아에 '복수'할 수 있을까
2010 년 시즌의 막이 올랐다. LG팬들에게는 기대 및 걱정거리가 앞서는 2010년. 지난 7년간 가을 잔치 구경조차 하지 못한 LG의 입장에서는 4강에만 올라도 기적적인, 더욱 떨어질 수도 없는 벼랑 끝에 서있다. 박종훈 감독이 사령탑에 들어앉음과 함께 들려오는 여러 변화의 소식들은 LG팬들을 "올해는 정말 다른것 같다"는 새로운 희망에 들뜨게 했고, 어제 있었던 삼성과의 개막전 승리는 그런 LG팬들의 흥을 끝까지 오르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2010년의 시작과 함께 LG팬들의 눈이 갈 곳은 어디일까. 물론 '적토마' 이병규의 귀환, 박명환의 부활 여부 등, LG 팬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일들은 많지만, 지난 몇 년간, 특히 2009년 프로 야구를 견뎌 낸 LG 팬들이라면 당연 "기아와의 관계"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과연 LG가 기아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 가 정확하다.
LG-기아 악연 1. 이용규.
때는 2004년 11월. LG의 홍현우, 이용규와 KIA의 이원식, 소소경이 트레이드 됬다. 물론 LG 와 FA 계약을 맺은 뒤 슬며시 잊혀져 가고 있던 홍현우의 친정 복귀도 주요 요소였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LG팬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것은 바로 현재 기아의 톱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용규일 것이다.
2004년 당시 이용규는 타율 0.129에 1도루만 기록했던, 정말 '볼품없는' 타자였다. 기대도 되지 않고, 보내버린다고 해도 그다지 아깝지 않았던 그런 형편 없었던 이용규. 당시 기아는 이용규가 아니라 이대형을 원했다는 설도 파다한데, 그랬다면 결국 이용규를 트레이드 카드로 지목한 LG는 명백히 실패했다.
WBC와 베이징 올림픽을 거치며 '국민 1번 타자' 딱지를 얻은 이용규, 빠른 발에 타격 솜씨까지 탁월해 기아 타선의 핵심임은 물론, KBO를 대표하는 톱타자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가능성이 있었던 유망주를 고작 1년 지켜보고 다른 팀으로 보내 버렸다는 것이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이적 첫 해인 2005년부터 31도루에 타율 0.266으로 크게 성장하며 지금의 위엄에까지 이르렀으니 말이다. 아, LG가 데려온 소소경과 이원식은? 2005년 이후 은퇴했다.
LG-기아 악연 2. 김상현.
그렇다. 2009년 시즌 MVP인 김상현도 LG가 기아에 내어준 '선물'이다. 때는 2009년 4월. LG의 김상현, 박기남과 KIA의 강철민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2군에서만 전전하던 김상현이 시즌 MVP가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언론은 이 트레이드를 두고 프로야구 역사 상 손에 꼽을 "대박 트레이드"라고 말하는데, LG에게는 아무래도 최고로 뼈아픈 기억일 것이다. 더군다나 시즌 MVP를 내주고 받아온 강철민은 1군에서 공을 단 한개도 던지지 않았을 뿐더러, 2010년 시즌을 앞두고도 '운 좋으면' 4월~5월 중에야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에 LG팬들은 "김상현은 반짝 스타" 라고 위안하기에 급급했으나 시범경기에서 김상현은 아직 건재함을 보였으니, 참으로 배아프지 않을 수 없다.
LG-기아 악연 3. 2009년 상대 전적
물론 2009년 7위에 머문 LG가 두산을 빼면 활약한 경기는 많지 않다. 그러나 기아의 정규시즌 우승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바로 LG다 - LG는 기아를 상대로 2승 1무 16패에 머물려, 무려 16승을 기아에 안겨 주었으니 과연 기아가 LG 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할 수 있었을까,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회의적이다. 아마 LG의 '조공'이 없었다면 정규 시즌 우승은 SK가 되지 않았을까. 기아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번에는 이기겠지'라는 생각에 없는 시간도 쪼개내 잠실로 향하곤 했지만, 결국 LG는 호랑이들을 상대로 시즌 내내 단 2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이렇게 한 팀에게 많은 승수를 조공했던 경우가 있었는지 궁금해 질 정도다.
LG-기아 악연 4. "사랑해요 LG"
기아 팬들이 "LG는 사랑입니다"를 외치게 된 계기는 앞서 말한 3가지 이유 뿐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LG는 기아의 가장 큰 조력자였다. 프로야구 4강권에 드는 팀들 중 기아를 가장 크게 위협하던 SK와 두산을 중요한 시기에 모두 잡아주었으니 말이다. 결국 3위에 머물렀지만 정규시즌 내내 기아를 불안하게 했던 두산 베어스의 경우 LG와의 상대전적에서 6승 13패로 크게 뒤졌고, SK의 경우 2009년 정규 시즌 막바지에서 기아에게서 우승을 뺏어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LG와의 무승부로 계획이 틀어졌다. 게다가 정규시즌 마지막 기아 전, SK와 기아의 우승을 위한 전쟁에 한창 불이 붙을 때 쯤, 기아 전 등판 예정이었던 에이스 봉중근이 그를 내내 괴롭혀오던 부상으로 시즌을 접으면서 사실상 기아에게 경기를 내준 꼴이 됬다. 여러모로 두산과 SK는 기아에게는 아낌없이 조공하면서 자기들에게는 독하게 승리를 뺏어가는 LG가 참 얄미웠을 게다.
('아낌없이 주는 엘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잠실 구장에서 기아전이 끝나고 힘없이 축 쳐져 나올때면 들리던 "엘지 바보~" 응원가를 기억한다. 야구는 야구일 뿐이라지만 그 응원가를 들으면서 기분이 좋았던 LG팬들이 있을까. 가끔가다 울려퍼지던 기아의 악명높은 응원가 '고래사냥'을 들으면서 웃어보인 LG팬들이 있을까. 수많은 LG팬들이 작년 기아 때문에 분함에 몸둘 바를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딱히 기아 팬들의 놀림에 할 말이 없다는 점도 그렇다.
올 시즌 LG는 4강권에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년 너무나도 시달렸던 LG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해 기아에게 복수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상현을 보며 배아파 하는 LG팬들을 달래주기 위해 박병호나 작은 이병규 등, '남부럽지 않은' 유망주들의 성장 역시 시급하다.
개막전 삼성전을 보며, 나 역시 LG팬이지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구인지 잠실인지, 버스 5대를 이끌고 대구까지 원정 내려간 LG팬들은 물론, 막강한 응원요정 강병욱의 리드에 맞춰 대구 구장이 떠나가랴 함성을 질러대던 LG팬들. 이에 경기장에 있던 몇몇 삼성 팬들의 "홈인데 부끄럽다"는 말이나, "저게 응원이구나, 느꼈다"는 탄식마저 몇몇 야구 커뮤니티에서 보일 지경이었으니. 그럼 8년 째 가을 야구 구경은 커녕, '4강 싸움'조차 하지 못하는 LG의 무엇이 이렇게 팬들을 떠나지 못하도록 꽉 붙잡고 있는 것일까. LG팬들의 충성도는 아무래도 다른 무엇보다 '오기'에서 나오지 않나 싶다. 내가 아끼는 이 팀이 지금은 바닥에서 구르더라도 언젠가 우승하는 것을 눈감기 전에는 꼭 보고야 말겠다는 그 오기. 이렇게 독한 LG팬들이 오랜만에 (인정하긴 싫지만)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 2010년, LG가 기아를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벌써 기다려진다.
출처 : http://148km.tistory.com/22
출처 : http://148km.tistory.com/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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