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하여간 제구력에 대한 글입니다. 보통 제가 적는 이런 글이 다 그렇듯이 다들 아는 것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일단 질문 하나 던지죠. 류현진의 써클체인지업 제구력은 좋은 걸까요? 아리송한 질문 아닌가요? 거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류현진이 메이저 가면 많이 얻어터질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써체의 완성도 부족이 될 겁니다. 

얼마 전 KC와 토론토 경기를 봤는데 첸이 나오더군요. 경기는 졌는데, 정말 혀를 내둘렀습니다. 예전 서재응 업글이랄까요? 84-88마일 직구와 변화구로 배트를 세개나 부러뜨리더군요. 우타자 바깥쪽으로 백도어변화구를 기가막히게 쓴다는 점에서 송진우도 연상시켰구요. 

모로우같은 강속구 투수도 속절없이 무너지곤 하는 메이저에서 첸이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일단 많이 맞아봤고;; 제구력이 좋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이 말은 사실일까요? 그 제구력이 좋은 걸 어떻게 아느냐. 제구력이 뭐냐?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요.

보통 제구력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보는게 볼넷의 갯수죠. 근데 그 볼넷의 갯수는 제구력의 잣대가 되기엔 너무나 많이 부족합니다. 박찬호 전성기 시절엔 높은 볼을 라이징 패스트볼이라고 타자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는데, 다 실투였다죠. 볼넷이 삼진되는 거죠. 구위에 자신이 있다면 가운데만 노리고 던지고 볼넷은 줄어들테니까 볼넷의 수는 구위와 유관합니다. 따라서 볼넷의 수는 제구력을 독립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는 없죠. (논의가 더필요하겠지만 K/BB 라면 스터프를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의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만)

그럼 전 야구의 실력이라는 면에서 유의미한 제구력을 다음처럼 정의하고 싶어요. 

1)한 투수 내에서만 비교할 때 더 의미가 있으며. 구질별로 따로 정의해야 하는 능력.

2)한 구질 내에서, 그리고 투수 자신의 구위 내에서 자신의 무브먼트를 이용해서 타자를 공략할 수 있는 능력. 좀더 쉽게 말하면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능력.

제구가 되면서 그 리그 내에 통할 수 있는 구위를 갖춘 공을 우리는 흔히 결정구라고 부르는 거구요.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류현진에게는 메이저에서 통할 수 있는 변화구가 없습니다. 써체가 두가지 종류고 하나는 그립을 잡히는대로 잡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건 그냥 투수가 공의 무브먼트를 이용할 생각을 포기하고 그냥 미트보고 던진다라는 이야기거든요. 근데 그 공의 구위문제 때문에 국내리그에서 통했던 거고, 그마저도 국내 특급 우타자에겐 공략당했습니다. 

지 딴에는 공의 변화를 일관화시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인데, 그럼 변화구의 제구라는 의미가 사라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