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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m80.3에 몸무게 124.7㎏. 텍사스 레인저스의 왼손 거포 프린스 필더(30)의 신체 조건이다. 수치만 보면 씨름 선수 같지만 실제로는 야구선수다. 게다가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 중 한 명이다.

필더는 빅리그 데뷔 이전부터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02년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입단하자 홈 팬들은 그가 훗날 밀워키 타선의 ‘왕자’가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필더의 아버지가 과거 디트로이트에서 홈런왕도 했던 강타자 세실 필더라는 점도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프린스는 아버지가 자신의 입단 계약금 240만달러를 도박으로 탕진한 후 의절했다가 최근에 관계를 회복했다.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2006년 28개의 홈런을 날리며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인 필더는 이듬해 50개의 홈런으로 내셔널리그 홈런왕에 오르며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필더는 시즌 후 중대한 발표를 했는데, 바로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1m90, 124㎏의 거구인 아버지가 13년만에 은퇴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 필더는 몸무게 관리를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는 길을 택했다

프린스 필더 |출처 AP연합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고기를 끊을 수가 없었던 필더는 결국 3개월만에 다시 고기 섭취를 시작했다. 물론 예전처럼 고기를 많이 먹는 건 아니었다. 필더는 채식의 비중을 육식보다 높인 식단을 쓰고 있다.

2012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필더가 9년·2억1400만달러라는 거액에 디트로이트로 이적하자 메이저리그 팬들은 미구엘 카브레라와 이룰 ‘엄청난 쌍포’를 그렸다. 하지만 카브레라의 그늘에 가린 필더는 30홈런·108타점에 그쳤고, 아내와의 이혼 소송까지 겹친 지난해에는 25홈런·106타점으로 성적이 더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텍사스로 트레이드된 필더는 올 시즌 텍사스 타선의 중심이 돼야 한다. 다행히 여건은 좋다. 메이저리그 최고 1번 타자 중 한 명인 추신수가 밥상을 잔뜩 차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텍사스 홈구장인 레인저스 볼파크는 왼손타자에게 특히 유리한 구장이다.

추신수가 지난해 신시내티에서 뛰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는 후속 타자들의 지원을 두둑히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추신수에 이어 2번으로 나섰던 잭 코자트가 찬스를 자주 끊어먹었고, 주포인 3번 타자 조이 보토의 부진도 뼈아팠다. 24홈런·73타점에 그친 보토가 37홈런·113타점을 기록한 2010년 수준만 했다면 추신수는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126득점)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득점 1위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필더는 보토와 비교하면 출루 능력은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득점 생산력 만큼은 보토보다 훨씬 꾸준하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30홈런과 100타점을 무려 6번이나 해냈다. 최악이었다고 평가받는 지난해에도 100타점을 넘겼다.

필더는 밀워키 시절 벤치 분위기를 주도했다. 텍사스에는 분위기를 제대로 탈 줄 아는 선수들이 많다. 추신수가 출루하고 필더가 불러들이는 장면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월드시리즈에서 텍사스 선수들의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