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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2년차 시즌을 보낸 마쓰자카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올해 마쓰자카 다이스케(28· 보스턴)는 아메리칸리그에서 3번째로 좋은 평균자책점(2.90)을 기록했다. 4번째로 많은 승리(18승3패)를 따냈으며, 승률(.857)은 사이영상 수상자 클리프 리(.880) 다음으로 좋았다. 보스턴은 마쓰자카를 내보낸 경기에서 .793라는 엄청난 승률을 올렸다(리 .774).

하지만 마쓰자카는 규정이닝을 겨우 넘는 167⅔이닝에 그쳤다(평균 5.79이닝). 클리프 리(223⅓ 이닝/평균 7.20)와는 55⅔이닝, 로이 할러데이(246이닝/평균 7.38)와는 78⅓이닝 차이다. 78⅓이닝은 올해 보스턴의 델카맨(74⅓)-오카지마(62)-파펠본(69⅓) 불펜 트리오가 담당한 208⅔이닝의 38%에 해당된다. 마쓰자카는 '적은 실점'에서는 뛰어났지만 '많은 이닝'에서는 낙제점이었다.

올해 마쓰자카의 많은 승리와 높은 승률에는 동료들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마쓰자카는 메이저리그에서 5번째로 높은 9이닝당 6.23의 득점지원을 받았으며, 퀄리티스타트 패배는 한 번도 없었다. 반면 9이닝당 4.72점(56위)으로 마쓰자카보다 1.51점이 적었던 할러데이는 5번의 QS 패배를 당했다.

요한 산타나(16승7패 2.53)는 올해 마쓰자카보다 2승이 적은 16승에 그쳤고, 승률도 .696였다. 하지만 산타나는 5번의 QS 패배를 당했고, 무려 7승이 불펜에 의해 날아갔다. 마쓰자카도 4승을 불펜이 지켜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 중 3승이 5이닝밖에 던지지 못한 것으로, 불펜의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것이다.

승수는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승리는 투수 혼자 따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선발투수 평가시 승수와 승률은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강경파들도 있다. 타선이 점수를 적게 내면 적게 내는대로, 많이 내면 많이 내는대로 그보다 적은 실점으로 막는, '승리할 줄 아는 투수'는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선발투수가 완투를 밥먹듯이 했던 과거의 일이다. 이제는 리드를 만들어 놓고 내려오더라도 불펜이 지켜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이닝이터의 대명사' 할러데이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그렇다면 승패 여부는 동료들의 몫으로 넘기고 <좋은 선발투수는 많은 이닝을 적은 실점으로 막는 투수>라는 개념만 가지고 평가해 보면 어떨까.

여기서 탈삼진은 제외되어야 한다. 세이첼 페이지가 동료 야수들에게 모두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 3타자 연속 3구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는 전설처럼, 탈삼진은 동료들의 체력소모를 막아줄 수 있으며 사기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팀 기여도에서 보면 아웃카운트의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는 빌 제임스가 '사이영 포인트'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낸 런 세이브(Run Saved)라는 개념을 이용할 수 있다. 런 세이브는 평균자책점이 5.00인 투수와 비교했을 때 막아내는 실점률로, 5.00에서 해당 투수의 평균자책점을 뺀 다음 9로 나눈 후 다시 이닝수를 곱하면 된다. 이닝 요인과 실점 요인이 모두 반영되는 계산법이다(사이영 포인트에는 승패/탈삼진/팀성적까지 포함된다).

제임스는 계산을 간편화하기 위해 5.00이라는 단일 기준에서 평균자책점을 그대로 뺐지만, 우리는 좀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을 5.00에서 '리그 평균'으로 바꾸고, 리그-시대-구장 차이가 반영되는 '조정 평균자책점'을 사용하도록 한다. 올시즌 주요 투수들의 런 세이브는 다음과 같다.

1위는 리였으며 사바시아가 2위에 올랐다. 마쓰자카는 할러데이보다 많이 떨어지고 동료인 레스터보다도 낮았지만, 그래도 웹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승패 기록을 떨궈내더라도 마쓰자카의 올시즌은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평균자책점과 이닝에서 한편 마쓰자카와 큰 차이가 없는 제이크 피비의 런 세이브가 크게 낮은 것은 펜웨이파크와 펫코파크의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2004년 랜디 존슨은 내셔널리그에서 독보적인 시즌을 보내고도 16승14패에 그쳐 18승4패를 기록한 로저 클레멘스에 밀려 사이영상 수상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둘의 런 세이브는 어땠을까. 존슨(2.60/245.2)이 55.15인 반면, 클레멘스(2.98/214.1)는 그보다 20점 이상이 낮은 32.86이었다.

야구 팬들의 주요 논란거리 중 하나는 '6이닝 2자책 투수'와 '7이닝 3자책 투수' 중 누가 더 낫냐는 것이다. 이 역시 런 세이브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6이닝 2자책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3.00으로 3.86인 7이닝 3자책 투수보다 월등히 좋다. 하지만 33경기를 등판한다고 할 때, 6이닝 2자책 투수는 198이닝으로 231이닝의 7이닝 3자책 투수보다 33이닝을 덜 던지게 된다.

리그 평균을 4.50으로 잡고 똑같은 조건에서 던졌다고 가정할 경우, 6이닝 2자책 투수의 런 세이브는 30점이다. 반면 7이닝 3자책 투수는 14.93으로, 평균자책점에서의 큰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6이닝 2자책 투수가 물러난 후 평균자책점 4.50짜리 투수가 대신 1이닝을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7이닝 3자책 투수는 231이닝 동안 99자책을 허용하게 되지만, 6이닝 2자책 투수와 4.50 투수의 조합은 231이닝 동안 그보다 16.5점이 적은 82.5자책을 허용하게 된다. 따라서 런 세이브로 따지면 더 가치 있는 선발투수는 6이닝 2자책 투수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33이닝은 셋업맨 한 명이 한 시즌에 소화할 수 있는 이닝의 절반에 가깝다. 7이닝 3자책 투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은 6이닝 2자책 투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에 비해 33이닝이라는 불펜 자원을 다른 투수의 경기로 돌릴 수 있다. 특히 이닝이터가 귀해지면서 팀에 '7이닝 투수'가 있느냐 없느냐는 불펜 운용과 마운드 운용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

만약 평균자책점이 더 좋은 투수와 이닝수가 더 많은 투수의 런 세이브가 같다면, 기회 비용이라는 면에서는 이닝 쪽을 택하는 게 옳다. 올시즌 보스턴에 더 큰 기여를 한 선발투수도 마쓰자카보다는, 불펜이 마쓰자카의 적은 이닝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준 레스터(16승6패 3.21, 210.1이닝/평균 6.37)다.

김형준 generlst@naver.com

마스장 얘는 좀 맞더래도 가운데 넣야하는데 허구한날 3-2피치서 결정나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