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야구팬들이 그렇듯 저도 가끔 그냥 야구 틀어놓고 딴짓하기 좋아합니다. 어제는 디키의 20승 경기를 그렇게 봤는데요. 

재밌는 점이 몇가지 있어서 살짝 적어봅니다.

경기 내적으로 보면, 스나이더의 홈런캐치(벡스터의 타구였는데 그날 결국 무안타 칩니다)와 데이빗 라이츠의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이 기억나고. 

디키의 써클 체인지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좌타자 피안타율이 우타자상대보다 2푼이 높더군요. 너클볼이라고 해도 우투수가 던지는 공이라는 특성을 완전히 상쇄시키지는 못합니다. 우타자에게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더 자주 휘더라구요. 

그래서 좌타자를 더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디키는 작년 말미에 써체를 추가했습니다. 해설자도 그날 처음봤다고 하는 걸로 봐서 20승 경기에 처음 썼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꽤 효과적이더군요. 정말 최고의 선택 아닌가요?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써체. 

만약 작년과 같은 너클볼의 구위를 유지한다면,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WBC에서 지금까지는 안좋았죠) 써체를 추가한 것에 대해 인터뷰도 하는데, 뭐 30대 후반 투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저런 속임수들을 끊임없이 익혀야 한다는 식으로 겸손하게 답변.

경기 초반 위기를 넘기고 나서는 거침없이 탈삼진행진으로 13탈삼진

아, ㅋㅋ 

그리고 디키가 교체될 때, 투수말고 교체되는게 하나 더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맞추신다면, 당신은 디키의 팬이거나 눈썰미가 아주 좋은 사람입니다. 

정답은 바로 포수 미트입니다.

포수가 볼집으로 공을 못받고 손바닥으로 간신히 받을 때도 많더군요. 어쩌면 100마일 파이어볼 받을 때보다 손바닥 더 아플 겁니다. 아픈 곳으로 자꾸 받아서. 투수 교체가 확정되고 나니 볼보이가 멀리서 미트를 던져주더군요. 캐처도 역시 미트를 볼보이에게 던지고. (소중하게 안다뤄서 좀 놀랐음)

아, 하나 더 생각났어요. 머리로 가는 공에 타자들이 화내지 않더군요. 너클볼이 가끔 우타자 몸쪽으로 확 휘면서 머리를 향하는데 타자들이 간신히 간신히 피하면서 전혀 반응안하더군요. 타자들도 아는거죠. 절대로~~~~ 고의가 아니라는 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