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으로 본 kbo와 mlb의 스프링캠프
- 작성일
- 13-03-13 05:50
mlb의 스프링 캠프를 지켜본 건 처음입니다. kbo야 직관 많이 했죠. 지금도 공짜인가요? 하여간 공짜고, 어린 선수들을 미리 지켜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하여간, 이번에 처음 지켜본 mlb의 스프링 캠프는 한국의 그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느낀 걸 투수에 한해서 묘사해보겠습니다.
kbo는 mlb보다 시즌시작이 조금 느리지만, 전지훈련을 하기 때문에 팀으로 하는 훈련이 더 빠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미 많은 공을 던지죠. 컨디션도 끌어올리고 많은 수비 연습을 하고 지역 팀들과 시합도 하는데, 이 경우에 신인 선수들은 컨디션이 이미 많이 올라와있는 경우가 많죠. 하여간 쉬는 동안 죽은 구위를 다시 끌어올리는데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인식이 제게 자연스럽습니다
베테랑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시즌시작에 맞춰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편입니다. 류현진의 경우는 신인 시절 팀에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같은 선수들이 있어 보고 배울 기회가 있었고 연차가 쌓이면서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편이었죠. 특히 류현진은 kbo에서 아주 많은 공을 던져야만 하던 투수이면서 큰 부상 경력이 있던 투수라서 그의 훈련방식은 전력 투구를 하는 횟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한국에선 시즌 시작한 이후에도 90% 정도로 보였었는데, 그 근거는 투구폼입니다. 위기 때 전력 투구하는 건 똑같죠. 그러나 자신의 100%를 던질 수 있는 폼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없더군요. 특히 투구 시 무게중심이동, 셋포지션 시 역동성 같은게 달라요.
그래서 kbo 팬들은 류현진이 시범 경기나 시즌 초엔 대충한다라고 하고, 스탯을 보고 온 mlb팬이 무슨 소리냐 최근 3년 시범 경기 성적이 아주 좋은데? 라는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mlb는 물론 전지훈련은 없고, 애리조나같은 남쪽 지방에서 스프링 캠프를 열고 곧, 캑터스리그(시범경기)를 치루는데요. 스프링 캠프 이전에 각자 집에서 몸을 완전히 만들어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자리가 확고한 베테랑들은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기도 합니다만, 대개는 몸을 완벽하게 만들어 옵니다.
그럼 스프링 캠프와 캑터스 리그동안 뭘 하느냐? 쉬는 동안 몸이 잊어버린 투구 밸런스를 되찾고, 각 구질의 커맨드를 확인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구속은 이미 처음 등판할 때부터 올라와있는 모습을 보입니다만, 안타를 많이 맞아요. 전지 훈련에도 늦게 합류했던 한화의 바티스타가 시범 경기 첫 경기부터 자신의 최고구속에 가까운 152를 던지고 리즈는 157을 던지고 하는 건, 미국에서의 그런 준비과정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티스타 뚜드려맞았죠. 그리고 그걸 보고 코칭 스탶은 걱정하지 않죠. 시범경기동안 영점을 맞춰나갈 걸 아니까.
기본적으로 이런 차이는 투구 시 하체의 활용과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체 위주로 투구해도 충분히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몸 상태만 좋으면 자신의 최고구속을 내는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그게 쉽지 않은 일인거죠. 마찬가지로 하체를 많이 이용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도 비슷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는데 더 시간이 걸리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팀 린스컴은 캑터스 리그 방어율,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3점대를 찍지 못했습니다. 평균은 5.23입니다. 지금이야 베테랑이지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했던 신인 시절에도 방어율은 꾸준히 나빴습니다. 역시 뭔가 좀 보여줘야할 올시즌은 아직 한번만 나와서 20.25
조니쿠에토도 마찬가지 입니다. 2009년 딱 한번 1.57을 찍고 나머지해는 4.95가 가장 좋은 방어율이네요. 나머지는 5점대나 6점대.
역동적인 투구폼 누가 있나 생각하는데, 키작은 선수들 몇 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카즈미르도 찾아봤는데 통산 5.54
오스왈트는 예외적으로 아주 훌륭했습니다.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스프링 캠프 기록이 2006년 이후로만 기록되어서 남아있는 기록이 2년밖에 없네요.
류현진은 지금 자기가 베테랑이라고 인식하고 엠엘비 스프링 캠프를 치루고 있죠. (이에 관해서는 전에 우려와 기대를 섞어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특히 첫 경기 1이닝을 던졌을 때, 다른 투수들은 최고 구속에 가까운 패스트볼을 뿌려대는데, 류현진은 마운드 위에서 편안하게 포수와 캐치볼을 하고 있는 모습은, 말은 안해도 무척 충격을 안겨주었을 걸요? -_- 키스로도 지난 등판이 아닌 어제의 등판을 봤으면 평가가 조금은 더 좋았겠죠. 시즌 시작한 이후엔 더 평가가 나아질테고요. 그는 그냥 자기 역할 대로 그날 본 것을 말했을 뿐임.
어제, 엠엘비 LA 담당의 거닉의 기사 중 매팅리와 엘리스가 한 좋은 말만 꼽아서 국내 기사가 나왔더군요.(이상학 기자) 하지만, 그보단 다른 기사 내용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꾸준히 그런 늬앙스로 적고 있어요. 어떤 거냐면,
류현진은 스프링 캠프에 등장했을 때, 몸이 만들어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는 모습마저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선발보장이 안되어있다는 매팅리의 선언 이후로 빠르게 공부하면서 적응 중이라는 거죠. 그리고 투구 내용이나 공의 구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특히나 부족해 보였던 arm strength(즉 팔힘)이 올라온다라고 지적한 점이 흥미로웠는데, 웨이트 안해왔다고 판단한거죠. 그러나 실제로는 팔로 무리해서 던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하체를 충분히 이용해 던질 수 있을 때까지 세게 안던지고 기다렸던 겁니다.
매팅리의 반응을 소개하는 것에서도 일종의 안도감같이 느끼도록 적어놨어요. 엘리스가 류현진이 스터프를 지니고 있다는 말에 매팅리가 '아~ 그게 내가 듣고 싶었던 거에요'라는 식이죠.
게다가 류현진이 빠르게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는 걸 아니까, '류현진은 아직 연료를 다 사용하지 않았고, 걘 자기가 뭘 해야할지를 아는 모습이에요'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훌륭한 지도자가 될 자질마저 보이는 좋은 포수인 엘리스는 주위 반응에 아랑 곳 없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끌어올리는 류현진의 모습에 상당히 큰 인상을 받은 것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어요. 대부분 신인투수로 류현진을 바라보겠지만, 매팅리와 엘리스는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투수였다는 류현진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서도 이해해주려고 노력하죠. 만약 불같은 성미의 감독을 만났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거 역시 운이 좋은 거.
여전히 의심을 아직 거두진 않는데
류현진이 불펜세션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류현진이 뭘 보여줄 수 있는 건 이미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두번의 남은 등판에서 다 보여줘야하고,
A급 라인업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죠 ㅎㅎ 그리고 (엘리스가) 의사소통에서의 적극성을 가졌으면 하고 호소하는 모습도 있네요.
하여간 류현진은 반드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야 합니다. 류현진 자신에게는 불펜에서 롱릴리프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저한테는 나쁨. -_- LA 경기를 매일 지켜볼 자신은 없어요. 반드시 선발이어야 일주일에 한번씩 기다리고 즐길 수 있고 이거 아주 중요합니다. 저한테는 롱릴리프 2점대 120이닝보단 4선발로 150이닝 4점대가 더 좋아요.
그리고 이런 과정(자기 방식, kbo방식)을 겪어서 안착한다면, 그 이후 한국에서 FA나 포스팅으로 mlb에 진출할 한국의 베테랑들 역시 신인이 아닌 베테랑 자격으로 존중받으며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류현진이 실패하면? ㅎㅎ 입단하면 무조건 그냥 시키는 대로 해야죠.
마쓰자카랑 류현진이랑 비교 많이 하던데, 제가 보기에도 진출과정, 진출 당시 자신감, 소속 리그 내 위치, 나이 등이 아주 비슷합니다. 그러나 마쓰자카는 보스턴의 요구대로 시즌을 준비하고 시즌 전 일본에서 했던 것 같은 많은 투구를 금지당했죠. 그리고 진출 2년후 부진하자 이걸 무척 불평했습니다. 에너지를 충전하는 훈련이 금지당해서 자기가 이렇게 되었다는거죠. 물론 제가 보기엔 너무 많은 공을 던져온 탓에 전성기가 끝나고 폼이 내려간 거 같지만,
에고가 쎈 투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투구 시 자기 공에 대한 믿음에서 큰 차이를 가져오고 아주 중요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