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웃의 현재와 미래.
- 작성일
- 13-09-21 06:56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가치의 선수. 연봉은 최저 실력은 최고니까 가치가 어마어마합니다. 국내로 치자면 06년 시즌이 끝난 후 류현진의 위상정도 되겠네요. 아, 아니네요. 류현진은 연봉을 엄청 올려줬으니 트라웃과 비교할 수 없네요.
흠... 이종범 신인 2년차 때와 비교하자니 대졸이고, 김태균의 반시즌 20홈런 시즌과 비교하자니 수비나 발에서 비교할 수 없고. 없네요, 아예 국내에 이런 케이스는.
하여간 이 선수를 두고 말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공수주 모두 이 정도로 완벽하게 갖춘 22살의 선수는 없었으니까요. 신인 시절이 아니라 유명 선수들의 전성기들과 비교해도 비교대상이 많지 않습니다. 최근의 케이스로는 에이로드가 약꾸준히 복용하고 수비부담이 더 큰 유격수로 40-40을 기록했을때가 그나마 비슷합니다. 아니면 윌리메이스의 전성기 시절.
게다가 이 선수는 툴만 좋은 것이 아니라 참을성도 좋습니다. 출루율도 좋지만, 타석당 공 개수가 이미 리그 탑 5 안에 들어갑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여러 말 하기 전에, 푸홀스가 2001년에 데뷔한 후 100볼넷을 기록한 것은 2008년이 처음이었습니다. 트라웃은 데뷔 2년차인데 현재 정확하게 100볼넷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트라웃이 더 타석에 많이 서긴 하지만 대단한 참을성을 가졌다는 거죠.
(굳이 푸홀스를 비교한 것은 푸홀스 역시 컨택이 좋은 타자이기 때문입니다. 단순 볼넷 수만 보면 아담던이 더 많은 볼넷을 얻습니다.)
하지만 트라웃은 발도 빠르죠. 발이 빠르고 컨택이 정확한 선수들은 공을 맞추려는 기질이 강한 경우가 잦습니다. 발빠르고 볼을 많이 보는 케이스로는 대표적으로 리키 핸더슨이 있지만, 리키는 컨택이 트라웃만큼 좋지는 못했어요.
쉽게 생각해봐도, 정확히 맞출 자신이 있으면 빠른 발 덕분에 장타 생산도 늘어나고 안타 확율도 크겠죠.
그러나 트라웃은 공을 많이 봅니다. 이건 무척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선수들의 발이 무뎌질 것을 예상하더라도 그의 장타능력만 살아있다면 여전히 꽤 좋은 생산력을 보일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푸홀스가 카디널스를 벗어나기 전, 만약 10년 계약을 줘야 한다면 그 성공에 회의적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건 그의 타격폼 때문이었어요. 단순 스탯만으로는 가까운 미래가 아닌 몇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기 불가능합니다. 푸홀스의 성적은 누구보다 꾸준했지만 그런 성적은 특유의 로테이셔널 타격법에 의존을 많이 했고,
그 타격법은 정확성과 장타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단순히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질의 것으로 잡아내기 위한 악마의 기술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이 떨어지면 유지하기 어려운 폼이라는 큰 단점이 있었죠.
(물론 지금의 부진은 부상에 많이 기인합니다만, 부상이 없었더라도 자연스러운 하락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걸 무엇보다 잘 알고 있는 카즈였고, 푸홀스 대신 레그킥 타격법의 대표주자인 맷홀리데이를 선택했죠.
이와 비슷하게, 트라웃의 현재 어마어마한 생산력이 그의 빠른 발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트라웃은 100kg이 넘는 선수고, 현재의 플레이 스타일은 몸에 부담이 됩니다. 특히 무릎에 영향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그가 빠른 발을 잃어버리면, 중견수를 볼 수가 없고 도루 개수도 줄어들고 2루타 3루타의 감소로 인해 장타율도 감소하게 됩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내심을 갖춘 트라웃이라 최악의 상황은 면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어마어마한 생산력은 보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트라웃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섣불리 현재의 기록을 쭉 연장시켜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식이면 드와이트구든은 400승을 하고 월터존슨을 넘었겠죠)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좀더 지켜봐야죠.
하여간 보면 볼수록 놀라운 선수 트라웃이 어떤 역사를 써나갈지, 약물의 시대를 상징하는 선수들을 싹 지워버릴 영웅이 될지 야구팬으로 지켜보는 것이 너무 즐거울 거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