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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0-1

작성일
12-07-02 16:26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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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기까지

 구구하게 -1 을 붙이고 사설을 이어갑니다...--

 제목을 '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이라고 붙였는데... 여행을 갔다오면 후기를 남기리라 마음먹고 있었고, 후기를 쓰면 제목을 뭘로 할까, 내내 생각했는데... 여행중에 함안이던가 군북이던가를 들렀을때 이런 문구가 역에 붙어있더라구요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 경전선" 이라 쓰여있고 그 뒤에 어쩌구저쩌구 했었는데...

 저거 괜찮겠다, 싶어서 제목을 저걸로 해야징~ 했거든요. 근데 방금 검색해보니까 2010년 KBS에서 경전선을 소개하는 방송을 한 적이 있고, 그 때의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 라는 것이었더군요. 사실 저 말은 완전히 적확하지는 않은게... 경전선을 운행하는 "기차" 는 느리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탔던 열차들은



 일단 요런 놈들이 있습니다. 한국철도는 여러가지 기관차들이 운행을 하는데, 크게 전기기관차와 디젤기관차(정확히는 디젤전기동차지만 자세한건 생략)로 나뉘고, 그 구분내에 여러 기종이 있어요. 위의 것은 코레일의 기관차 번호를 따라 7300번대(옆에 숫자 7357 보이시죠?)에서 7500번대라고 불리우는 주력 디젤기관차입니다. 이 넘은 속력이 최대 150킬로미터까지 나오고, 상황에 따라서는 새마을호의 운행을 맡기도 해요. 무궁화 새마을 이런 구분은 기관차로 구분하는게 아니고, 코레일이 부여한 운행등급일 뿐이기도 하거든요. 흔히 새마을하면 좀 아시는 분들은



 요놈을 떠올리실 분들 많으실 텐데, 요놈은 PP동차라고 디젤기관차이고 이너마도 최고속력은 150킬로미터입니다. 물론 이러한, KTX이전까지의 주력기종들 말고도



 요런 넘도 있긴 합니다. RDC동차라는 넘인데, 이넘도 사실 120킬로미터는 나옵니다. 수도권 전철에 투입되는 동차들의 최고속력이 110킬로미터까지 나오는데 그치는 것에 비하면, 사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 는 아닌 셈이긴 하지요~

 뭐 그런건 중요한건 아니고, 철덕 아니면 그런거 따질 넘들도 없긴 하겠습니다만... 하여튼 기차가 느린건 아니라능! 이라 주장하고 싶기도 하고... 신선이 깔린다고 저 동차들이 당장 폐기되는 것도 아닌(물론 연식들이 오래되어 조만간 폐기가 시작될 것이긴 합니다만...)지라 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 라고 했네요. 무엇보다 사라져가는건, 철길들인 것이기도 하니께...

 다만 또 하나 더 첨언하자면... 사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도 아닙니다. 멀리 갈 거 없이 저 이북에 평라선이라는 철도가 있어요. 평양에서 나진까지 무려 720킬로미터나 가는 철도인데(하앍하앍~) 이너마는 최악의 경우 30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북의 경우는 기관차의 성능도 나쁘지만, 노선 상태도 엄청 나쁘고, 무엇보다, 도로교통이 엄청 낙후해서 거의 대부분의 장거리 교통을 철도가 담당하는데, 단선인 경우가 많은지라, 한참 기다렸다 갔다 하는 상황이라 그렇기도 해요. 경전선정도면 이북에선 쾌속이라능! 꼭 이북이 아니더라도 인도처럼 지역마다 철길의 폭(표준궤는 1453밀리미터입니다만, 인도는 영국식민지기에 철도부설이 난잡하게 되어서 어느 구간은 광궤, 어느구간은 협궤, 이런 식입니다)이 멋대로여서 심지어 어느 구간에선 열차를 통째로 들고 바퀴만 바꿔다는 기중기가 설치된 역도 있고 그런 곳은 더 느리기도 할테죠...--

경전선은 300.6킬로미터의 구간을 5시간 50분에 주파하니 저런 철도들에 비한다면야 쾌속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한국 국내에서는 가장 느린 철도인건 맞죠. 이런거 일일이 따질 시간에 글이나 쓰면 좋겠습니다만, 거슬려서리... 힝~ 철도커뮤니티가면 쪼렙이라 찍소리도 못하지만, 그래도 철덕들 틈만 아니면 이런거로 아는체하기도 좋구요. 히힛~ 하여튼 정확히 하자면 한국에서 가장 느린 철도라고 해야겠지만, 그래선 폼도 안나고... 뭔가 제목은 그럴싸하고 봐야하는거니께 대충 저렇게 정합니다.

'마지막 모습'이야... 경전선 지못미... 정말 지켜주고 싶지만, 이래저래 나는 할 수가 없네...



 이번 여행의 전체 여정이네요. 여행을 가면 항상 부산을 갑니다. 이유는? 그곳이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이니까!(물론 한국한정...) 중간중간 여기저기 많이 들렀는데, 강원도는, 또한 이번 6월한달, 철덕계를 후끈하게 달군, 스위치백 철거를 앞두고 그것의, "진짜 마지막 모습" 을 보러 간 것입니다. 20일에 방문했는데, 그 6일뒤 스위치백은 이제 영원히 운행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습니다. 물론, 아직 철거되진 않았고, 앞으로 관광지로 개발된다고 하니, 모습 자체는 앞으로도 남겠지만요. 그러나, 철길은 사람들을 싣고 열차가 달릴때 철길인 저...--

 부산에서 순천까지의 구간은 다른 목적없이 순전히 이 철길들을 답사하는 것만을 위해 간 것입니다. 사실 이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저것이고, 다른 곳들은 그 가는길에 들르는 것인 면이 더 컸지요~ 경전선 답사 코스로 접어들기 전에는 거의 전구간이 철도입니다만, 정작 경전선 구간에 들어서서는 오히려 철도구간이 더 적었어요. 왜냐면, 중간중간 열차가 서지 않는 영업종료된 간이역들이 있는데, 이 곳들은 도보나 버스로 접근해야만 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여행일정을 짜기가 되게 난감했네요. 기본적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교통소외지역들이 대부분인 곳인지라... 경전선이 앞서 동영상으로 올린 진성역 같은 곳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러한 교통소외지역이라는 점 때문인데요, 이제는 이 지역도 도로가 많이 부설된지라, 지역교통노선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 것이, 구선을 철거하고 지역간 교통수단으로서 직선화된 복선전철을 놓게 된 사회적 배경이기도 하죠. 하여튼 도로가 웬수...--

 

이 사진이 제가 여행전에 초안을 잡고, 여행중에 계속 정보를 추가해가면서 보완한 여행계획서네요. 진짜 조잡하지만... 저기에 제가 머릿속에 담아둔 정보를 정리해서 붙이면, 나름대로 훌륭한 경전선 일대 여행 안내서가 되긴 합니다~

여행을 어렵게 한 요소는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앞서 말한 교통소외지역이라는 점이에요. 때문에, 거점간에 이동할 때, 버스한번 놓치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되는지라, 차라리 걷는게 더 시간이 덜 드는 경우가 많았죠. 그러나, 산악이 많은 지역이고, 지역간 거리가 (걷기에는)짧은것도 아닌지라(위에 역 이름 사이에 써 놓은 것이 역간거리입니다. 당연 단위는 킬로미터. 다만 저것은 산을 뚫고 강을 건너는 철길의 거리이기에, 도로로 가면 훨씬 더 멉니다...) 어떻게 최대한 버스와 철도를 이용하고 어떻게 걷는 것을 줄이느냐가 포인트였네요. 사실 이 부분은 거의 실패... 3일간 60킬로미터 이상 걸었는데... 뭐, 여행은 몸이 고로워야 제맛이라 생각하기에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보람찼달까 싶은 부분은  있어요~ 물론 걷는 중에는 죽을 맛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숙소입니다. 제가 답사한 곳은 행정구역으로는 마산에서 출발하여, 함안 진주 사천 하동 광양 순천에 이르는 구간이었는데... 이 중에서 여행객이 묵을만한 숙소가 있는 곳이 생각보다 정말 적었어요. 첫날은 진주시의 반성면에서 묵었고, 둘쨌날은 하동읍내에서 묵었는데... 진주정도 되는 곳을 제외하면 읍내지역 외에는 잠을 잘 곳이 없습니다. 뭐, 노숙하기 좋은 계절이긴 하지만... 그래도 노숙은 모기때문에라도 좀 그러니, 적당한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그렇기에 어떻게든 숙소가 있는 곳에서 하루를 마쳐야 했다는 것이죠. 첫날이야 어쨌건 진주시내에 들어와 일정을 마친지라 괜찮았지만, 둘쨋날은 이 때문에 엄청 고생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문명의 이기라는 것은, 유용한 수단이긴 하고... 교통수단이라는 것은 그 중에서도 아마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철도 도로 항공등의 취미라는 것은 바로 이 수단을

"목적"

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나름 개성있는 특이한 취미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수단을 즐기기 위한 수단' 이 필요해진다는 또 다른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되는 점이 있고... 저의 이 여행길 아닌 고행길(^^)은 그런 면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그런 점은 있어요. 과거라는 것은 항상 미화되곤 하는데... 그 이유야 여럿이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 과거가 즐거웠는지 괴로웠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엷어지는 대신에 그 과거에 있었던 감정의

"크기"

만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또렷해진다는 것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한국남자들이 군대시절에 대해 "증오만 해야 마땅함" 에도 "애증이 겹치는, 아련한" 기억으로 여기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초한 것이지만 어쨌건 꼴아박으면서 고생하는 바람에, 지금와서는 더더욱 뜻깊고 보람차고 즐거웠던 여행이 되어버렸달까, 하여튼 그렇습니다~ 물론, 북천에서 양보로 넘어갈때의 그 당혹스러움과 괴로움은 쉽게 잊혀지진 않을거 같기도 합니다만...--

사설이 많이 길었군요. 다음편부터는 진짜 답사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6 12:29:44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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