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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21

작성일
12-08-01 20:54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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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별 역순 댓글
 - 골약역




골약역 가는 길. 버스를 타고 가긴 했는데... 이 답사구간에서 접근성이 좋은 역이 얼마나 있었겠습니까만, 골약역도 접근성이 꽤 안좋은 편이었네요. 보시면 눈에 띄실지 모르겠는데, 남해고속도로와 2번국도가 만나면서 얽히고 ㅤㅅㅓㄺ히는 인터체인지의 한복판에, 어쩌다 그래 된지는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한 복판에 박혀서 골약역은 있습니다. 뭐, 따지고 보면 큰 길 따라 올라가 있는거긴 하지만, 큰 길이라는게 사람다니라고 만든 길은 또 아니기도 하구... 이래저래 사람다니는 길보다는 차 다니는 길이 먼저인게 세태이기도 하구... 하여튼 그렇게 골약역에 갔네요.




위의 지도에서도 대충 짐작할 수는 있지만, 옥곡에서 골약으로 가는 길도 푸르른 산속의 계곡을 따라 난 도로를 달려갑니다. 옆으로는 철길도 간간이 만나지만, 산이 깊다보니 잘 뵈지는 않아서 짤은 없...




 색이 노란색이면 스쿨버스로도 보일거 같은 칠을 한 시내버스를 타고 왔어요. 언젠가 또 타볼수 있기를.




달려오면서 철길사진을 찍지 못한 이유입니다. 철길이 다니는 축대가 상당히 높게 쌓여있었어요.




...

골약역에서 거의 두시간을 체류한 이유는 바로 이것때문입니다. 여태까지 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역을 떠나자마자 떠난 열차들을 수도없이 봤는데,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 또 이런 꼴을 당하니 화딱지가 나서... 27일은 하루종일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답사해야하는 역은 출발지인 하동역을 빼면 6개 밖에 안되는지라, 시간도 널럴하기에, 골약역에서는 다음차가 지나갈 때까지 버티고 말리라고 이를 질끈! 다물었죠.




 배배꼬인 인터체인지의 길을 너머 저 위에 골약역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골약역이 들어가기전에 있는 굴다리가 떠돌이의 발길을 붙잡더군요. 중양마을이라고 하는데... 저 뒤의 삐까번쩍한 마을입구표지와 바로 앞의 후줄그레한 마을입구표지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어요. 시골마을이라고 다 후줄근하고 수더분하기만 해야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스런 마을입구표지가 더 맘에 드는건 어쩔수가 없군요.




좁디좁은 중양마을로 들어가는 굴다리. 차 한대가 지나갈까 말까... 15톤트럭은 지나가기 힘들거 같았어요.




우물안, 아니 굴다리안 개구리가 바라본 세상




저 때는 이래저래 몸이 지쳤던지라 중양마을까지 가 볼 생각은 않고 그냥 굴다리안에만 들어갔다가 돌아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골약역에서 한참을 머물렀는데 그냥 마을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올 걸 그랬습니다.




다시 인터체인지를 따라 올라가면...




ㅤㄸㅘㅎ!




알파벳으로 읽으니 코략스테이션이군요...-- gol - yak 이라고 써주면 양이들도 오우, 골- 약~ 하고 읽을수 있을까요?




물론 이 건물은 역사건물은 아닙니다. 구 역사는 철거된지 오래인 것으로 생각되고... 현재는 시설사무소로 쓰이는 건물인데, 그 위에 역명판만 얹었다고 하더군요... 찾아보니 2005년에 화물취급이, 2007년에 여객취급이 중단되었지만, 역무원이 철수한것은 이미 1984년의 일이라고 합니다...




역전... 은 아니지만 그래도 심정상 역전이라 생각하고 싶은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합니다. 저 전신주 옆에는 버스정거장이 있는데... 역내에 앉아있을 곳이 없어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죽치면서 저기 앉아있었는데... 한 시간여 동안 버스조차 한대밖에 오지 않더군요...--




어쨌든 안으로 들어가 bob시다. 들어가는 길도 잡초가 무성합니다.




모든 문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부는 폐역에 이름모를 잡초들만이 터주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이 철길은 아직 당당한 현역이기에 열차들이 지나가지요. 저 인터체인지를 넘어 광양, 순천, 광주, 목포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해말까지는...




승강장으로 올라섭니다. 역시 잡초들이 맞아줍니다. 50년 열차역을 필마로 돌아드니...




역이 2007년에 문을 닫았다고 하는데... 저로서는 당시에 답사하면서 문 닫은지 20년은 넘은줄 알았어요. 승강장의 경계석이면 어지간히 튼튼한 돌들일텐데, 그 돌들도 이렇게 빛도 바래고 여기저기 닳아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름모를 꽃한송이 피어있네요.




저는 이걸보고 왜 의자를 이런데 엎어놨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골약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인데, 오가는 열차들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처리한거라더군요. 이왕 없애려면 확실히 없애지... 싶기도 했지만, 이렇게 버려져 있는게... 잊혀져가는 역의 운명을 선연히 드러내는거 같아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차들이 쌩쌩다니는 자동차도로... 지금은 쓰이고 있지만 곧 쓰이지 않게될 철길... 황폐한 승강장, 무성한 잡초, 거기에 어울린다면 어울리지만 생경하다면 생경한 푸르른 나무숲은 골약역의 모습을 더더욱 부조리스럽게 하는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와중에도 역 구내의 빈 공터에 영농을 하시는 광양시 중군동의 농민분들의 근성에는 절로 고개가...^^




승강장은 여기가 끝입니다. 주변이 한갖져서 부지확보가 편해서 그런지, 승강장은 8량편성 열차도 댈 수 있을만큼 큽니다. 그런 큰 열차가 들어온 적이 있기나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잡초하면 나 쑥을 빼놓고 논할 수 있으리오... 물론 캐서 먹어도 되겠지만, 6월의 쑥은 이미 못먹는 것으로 압니다.




경계석을 경계로, 철길이 지나는 도상의 자갈들과 승강장의 돌들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세월의 때를 덜 뒤집어 쓴 놈들은 쓸모가 있고... 세월의 더께가 얹힌 녀석들은 운치가 있습니다.




시간도 많고... 기분도 멜랑꼴리, 하니 찬찬히 역사터를 거닙니다...




철길에 바짝 근접해서 한 장 찍어봅니다. 공구리 침목들 사이에 나무 침목이 또렷하게 보이네요.




반대쪽에도 승강장의 유적이 있습니다.




원래는 이 승강장앞으로 대피선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만, 지금은 철거하고 없습니다. 이 쪽도 잡초만이 무성합니다만...




골약역의 특징이라면 바로 이 무성한 삼나무 숲일테죠. 저 나무가 삼나무인건 물론 제가 식물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분들의 포스팅을 보고 안거지만... 제가 알기로 한국에는 삼나무가 흔치는 않은걸로 아는데, 이 시골의 외진 골약역은 삼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이색적인 모습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삼나무가 맘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 흔치않은 모습이라기에 여러장 찍어봤네요. 저야 뭐 그냥 다 좋습니다. 낄낄~~




골약역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12시 40여분. 다음 골약역을 지나는 열차는 14시 26분에 옥곡역을 출발하니 대략 14시 30분을 조금 지나 골약역을 지나칠 것입니다. 두 시간동안 정처없이 거닐기도 뭐해서 옆의 버스정류장에 앉아 뭉개면서 한장 찍어봤네요.




인터체인지도 이 구간은 한산하더군요. 2번국도상과 남해고속도로 상은 그래도 꾸준히 차들이 지나다니건만... 다만 지금 보이는 저 진입로가 광양시의 중심지인 중마동으로 가는 길인데, 저기로 들어가야 하는 차들이 모르고 지나쳤다가 과감히 그냥 돌아서 다시 진입하는 모습을 몇번 봤습니다. 운전자양반이야 난감했겠지만 구경꾼은 심심찮아 좋았긔~




한시간여 정도 멍하니 앉아 온갖 잡생각을 다 하다가 시간이 되어 슬슬 역으로 들어갑니다.




한 때는 열차들이 너를 딛고 달렸겠지...




멀리서 열차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진톤이 갑자기 달라진건 카메라를 쓸 줄 모르는데 이거저거 만지다가 뭘 잘못(잘?)건드려서 그래 된겁니다.





모든 것이 잊혀지고 낡아지고 버려져서 허전한 역에, 그래도 열차가 지나가면 덜 허무하리라 생각하고 열차가 지나치기를 기다려 보았건만... 열차는 20여초만에 시야의 이 끝에 나타났다가 저 끝으로 사라져가고 열차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건 더 진한 허무함 뿐입니다...




이제는 교통편을 구하기도 어렵지 않고, 길도 많이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광양을 거쳐 순천까지 가는 길은 짧지만은 않기에...  뒷 맛이야 어쨌건 간이역에서의 열차도 봤으니까, 이제 골약역을 떠나기로 합니다.

쇠사슬 조차 낡았는데, 출입금지 경고판만은 왜 저리 쌩쌩하답니까...




요기는 뭐냐... 저 인터체인지들이 뱅뱅 돌잖습니까? 그 한 가운데의 빈 터인데... 거기에서마저 영농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은 이러한 근성의 산물들... 아니 저런 근성의 산물들은 직접 드시는걸지도 모르겠군요.




숲 속에 묻혀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져가는 기차역은 이제 기차역이되 기차역이 아닌것처럼 느껴지는것도 같습니다.




안녕 골약역...




광양으로 가려면 2번국도상으로 올라오면서 인터체인지와 4차선 자동차전용도로를 무단횡단해가면서 정거장으로 와야했네요. 근데 정작 건너오고 나니까 도로교 밑에 육교가 살포시 숨어있던... 뭐 어쨌건 무단횡단을 하는 바람에 이런 포인트도 잡아 찍어보고 그럽니다.




이 길을 달리면 광양으로, 순천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버스정거장 처마위로는 솔개가 몇마리 어우러져 날아가더군요. 하늘길에는 철길도 찻길도 없을테지요.

광양구역으로 떠납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7 09:01:30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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