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 후기......
- 작성일
- 14-08-28 01:43
1. 사실 "그분"께서 정년퇴임을 하시는 날이었기에
"정상적인" 가정이었다면 응당 아들이 내려가고 축하연 벌이고 하는게 맞는 일이기는 했죠. ㅡㅡ;
( " " 에 집중해주세요. ㅡㅡ;;;;;)
근데 뭐...... 동생뇬은 스위스로 튀었으니 나 대신 땜빵 쳐줄 사람은 없고......
남은건 저 뿐이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내려갔죠.
근데
2. 일을 하러 간다 보는게 좀 더 "사실적"인 묘사. ㅡㅡ;
책을 바리 바리 다 싸들고 들어오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는
뭐 몇년 전 부터 줄곧 듣던 이야기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되는 순간?
요즘 학교들은 배때지가 불러서 책을 기증한대도 다들 필요 없다고 하는가보더군요
일단 책 구하기가 생각보다 쉬운 편인데다가, 책의 업데이트 측면, 보관의 비용 측면
그리고 도서의 디지털화 까지...... 모든 측면에서
책 기증 받아봐야 짐만 된다는 그런 입장인것 같더군요.
허긴..... 학생들이 원서는 안보고 죄다 참고서에 요약서만 빨고 있는게 시절이고
"도서관"이 "독서실"인 시절이니.......... ㅡㅡ;
속물들......... ㅡㅡ;
3. 밤이슬 맞아가며 집엘 도착했는데
차고에 차가 들어가있질 않고, 밖에 나와있더군요. ㅎㅎ
뭔가가 심상찮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차고문을 열고보니........ ㅎㅎ
호출을 한 이유를 정확히 알것 같더군요. ㅡㅡ;;
허............
1m X 1m 플라스틱 빠레트 3개에 2층~3층으로 쌓인
사과궤짝보다 훨 큰 ........ 신선란 박스 80 + 여개가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잘 부르셨습니다. ㅎㅎ
못난 아들내미 이럴때라도 쓰셔야 본전 뽑으시지 언제 본전 뽑으시겠습니까...... ㅠㅠ
4. 곧이어 차고 뒷켠 만들어놓은 책보관실 (좁아서 서재라 할 수는 없고)에 들어갈 책장들이 들어오고
일은 시작됩니다.
일 좀 한 것 같은데, 책상자들이 줄어들질 않습니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5. 책이란 놈이 무겁습디다.
오기 전 몇일간 비가 왔던지라 습기도 참 잘 머금었구요.
빨리 처리하지 않았음 책에 손상이 생길수도 있었겠다 생각합니다.
아무튼 비 쏟은 다음날의 비는 제 땀으로 대체했네요.
시간이 좀 지나니, 되려 걱정되더군요.
내 땀에 책이 손상될까...... 두려운... ㅡㅡ;
6. 일 하면서 오만 생각이 다 듭디다.
"어이쿠 영감님 남아수독 오거서는 족히 하셨네......"
'아닌가? 허긴......... 그땐 죽편에 오거서 수준이었고
지금은 종이에 봉고차 수준이니........ 아니, 하드나 플래시드라이브로 따지면 말이 좀 그렇지?
그래 이 생각은 유보'
"그 영감 참 공부 많이 하셨네. 내가 참 못난 놈이구나. 인생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 반성
' 아니야........ 이거 습벽이 유전일지도 몰라.....
나란 놈 책 사모으는 버릇하며, 쓸데없는것 하나 하나 까지도 안버리고 보관해놓는 버릇.....
그거 생각하고보면 모아놓고 찍어놓고 한 그런것들일 가능성도 높지 '
(깨끗한 책과 문서가 많았다!)
.
.
.
.
.
.
(그러던 와중에 발견된........ 초장기 미반납 도서! ㅋㅋ.
이거 내일 반납하실때 연체금 얼마나 나오려나......)
7. 한 사람이 평생토록 같이한 ......
뭐...... 굳이 따지자면 당신 자식새끼보다 더 같이한 시간이 많은 물건들을
차곡 차곡 책장에 담는 모습에서 뭔가 묘한 감정이 들더군요.
자수성가하다시피 해서 이룬 모든 것들이
차고 뒷편 칸막이 친 그 작은 공간 속 책장들에 하나 둘 정리되는 듯한 .......
존경이란 느낌이 잠깐 들다가, 그냥 ......부럽단 생각이 더 들기 시작하더군요.
'당신들의 세대는 그런게 가능하던 세대였군요. '
8. 힘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전 날 ......... 단식 예행연습이나 해본답시고
커피 한잔 (무설탕), 아이스티 하나로 버텼던게 타격이 있었던 것인지......
지구력이 ㅡㅡ;;;
마테차라도 갖고 내려갈껄.......... ㅡㅡ;
뭐...... 그래도 일이 얼추 처리되고 끝이보이네요.
포장 풀고 접어놓은 박스 쌓은것만 사람 키 만큼의 높이로 올라가있네요. ㅎㅎ
9. 다음날 아침.........
한동안 운동을 안한게 티가 확연히 나네요.
당연하게도 온몸이 쑤십니다. ㅋㅋㅋㅋ
근육이야 뭐....... 신경 안 쓰는데
약한 피부에 살집 많은 저주받은 손이 문제네요.
물이 닿기만 해도 화끈거리는 것이.........
진작 장갑이나 끼고 일할껄~ 하는 후회가 듭니다.
십중팔구 굳은살이 오르다 말면서 흉하게 껍질 벗겨질 그런 분위기네요.
기차를 타고, 팟캐스트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폭풍잠?에 빠져듭니다.
10. 보통
서울로 돌아올땐 , 서울역을 거치기 싫어
보통은 광명에서 빠져서 집엘 가곤 합니다만
왠지 광화문엘 가봐야겠다 생각돼서 서울역까지 갑니다.
버스 타러 가는 길인데, 나이드신 분들 줄이 쭈욱~ 서있더군요.
무료 의료봉사단이 와서 그렇게 긴 줄이 만들어진 것이더군요.
지나치면서 뭔가 가슴 한 켠이 답답합니다.
11. 광화문엘 들릅니다.
시간대가 시간대여서인지......... 조용합디다.
고맙게도, 그리고 조금은 슬프게도....
서명하고 받는둥 마는둥 리본을 받아갑니다.
머리가 복잡해져갑니다.
오랜만에 온 광화문 책방서 책을 못 찾아 헤매고
지하철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다
겨우 그렇게 집으로 향하게 되네요.
12. 요는........
........ 그냥 잘 다녀왔단 생각이 드네요.
일찍 잠들러 간 것 덕분에 TV XX 안봐도 됐고.........
특별한 트러블 없이 잘, 무사히, 다녀왔단 생각이......
추석땐 안가겠다 했지만, 그래도 내려가게 될것 같은 ....... ㅎㅎㅎ
p.s. [뻘]광화문서 찍은건데 뭔가 문구가 묘하지 않습니까?
아님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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